나는 사실 겁이 많다. 불안하고 불완전하고 모자라고 호빵맨처럼 머리의 한쪽이 없어진 상태일지도 모른다. 예를 조금 더 들자면 루피를 구하고자 뛰어든 바다에서 한쪽 팔이 괴물에게 먹힌 샹크스처럼 그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나는 너무나도 불완전하고 매 순간이 불안하다. 불안정하다. 불안정과 불완전하다. 이렇게 태어나길 바란 것도 아니며 이런 사람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못했다.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겠지, 주변에 있는 것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겠지 생각은 하면서도 그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들이 나를 유혹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따라간 것은 나일 테니 누구라도 탓할 수 없다. 그것이 부모라고 해도 탓할 수 없다.
내가 불안한 사람입니다-라고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의 배경이 이런 것일까 하면서 나도 다시 한번 돌이키게 되는 과정을 겪는 것 같다. 마치, 증류주를 만들기 위해 수도 없이 시도하고 필터에 거르고 배합을 하는 그런 과정들을 겪는 것처럼 이 브런치가 나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나를 어느 정도 새로이 배합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나'라는 존재를 완성시키는 곳인 것 같다. 그 모든 것의 전제조건은 내가 글을 매일 써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사실 글을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누군가가 키워드를 던져주기만 한다면 나는 그 키워드에 몰입하여 나만의 서랍에서 그 키워드와 관련된 기억들을 찾아보고 꺼낸다. 물론 순간적으로, 스프링처럼 팅-하고 튀어나오지는 않는다. 그 키워드를 한동안 주시하고 기억을 더듬고 되뇌다 보면 어느샌가 감지되는 기억들이 있다. 그 기억의 실마리를 찾아 하나하나 추적하곤 한다. 그 기억의 줄거리가 끊긴다면 그 기억을 추적하려고 사진이든 메시지든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본다. 그리고 그것을 완성시킨다. 나의 글 쓰는 루틴은 이러하다. 그것이 모두 성공적인 글로 표출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바닥 생활을 많이 그리고 오래 했고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해 꽤 많은 경험들이 있어서 그런 것들이 추억으로 투영될 수도 있지만 비관적으로 비참한 결말을 나타낼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것들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만들어놨을 테니 후회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는다. 다만, 정말 내 인생을 스쳤던 존재들은 한 번씩 울컥하거나 마음이 미어진다. 내가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런 과정과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을 테고 나의 지금 삶이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 생활이 꽤나 만족스럽고 불안하고 불완전하지만 비관적이지는 않다.
혹시 모르지, 다시 비관적인 내가 되어 모든 것과 연결된 것을 끊어낼지, 무너질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