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난한 하루였다. 채워지는 것이 아닌 비워지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진 날이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무탈한 하루였다. 나는 무난하다는 것이 공허하다는 것과 일맥상 통한다고 생각한다. 무탈한 하루를 보낸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더 귀하고 소중할지도 모르지만 왜 나는 만족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최근의 나는 엉망이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이 느끼는 것은 엉망이다. 이전의 삶보다는 너무나도 잘 살고 있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이 이전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많아졌고 나도 감사함을 표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모든 사람이 모두 다 소중해졌다. 그런데 막상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공허하다. 아마도 남들에게 무수히 많은 감정들을 양보하고 나 자신에게 주는 감정은 없을지도 모른다. 항상 이타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나 자신보다 상대방의 감정을 더 중요시한다. 실제로 150명 정도가 있는 단톡방에서 m이 떠날 때 나에게 이타심을 배웠다고 말을 해주었다. 나는 어떠한 선물보다도 그 한 마디의 말이 너무나도 고마웠고 감사했다. 결국 m은 출국하는 당일, 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다. 잘 다녀오고 건강하라는 말과 함께 내가 준 선물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오후 12시의 비행기라서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을 텐데, 정신없이 짐을 챙기는 와중에도 사진을 촬영해서 보내주었다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웠고 감사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글 밖에 없구나. 그 글이 누군가에게 정말 크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뿐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물을 준 이후에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됐다. 저런 글을 써주는 것은 어렵겠지만 사실 어렵지는 않지만 저런 것의 이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자괴감을 낳고 있었다.
결국 나는 남들에게만 잘해주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해 주면 해줄수록 나 자신이 깎여나가는 기분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남을 신경 쓰고 남을 위해 사는 삶을 살다 보니 나 자신이 사라지고 가치가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공허하다는 마음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 자신을 더 신경 쓰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 어떡하면 좋을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없다면 나는 이내 무너질 것만 같다. 그런 상황만은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