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었다.

by empty

나는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었다. 남들처럼 이를 악물고 죽지 않을 정도로 노력하며 희생하면서까지 열심히 살고 싶지는 않았다. 어려서부터 그런 생각이 든 이유를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 같다. 죽도록 열심히 살아온 아빠를 보고 자라서 그런 거구나 생각했다. 아빠는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됐었다. 장남으로 태어난 아빠는 7남매를 먹여 살리고 그들의 기둥이 되어주어야만 했으니 열심히 산다는 것이 기본값이 되어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한 사람과 결혼을 해서 그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이 힘들었을 텐데 아니 힘들었다 수준이 아니겠지. 무너지는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많은 스트레스와 정신적으로 지쳤을 거다. 그런데 아빠는 "가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버텨왔던 것 같다. 실제로 아빠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무조건 늘 괜찮다, 할 수 있다, 내가 해결해주겠다는 말을 주로 했다. 그런 아빠를 보면서 나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늘 마음은 내가 다, 내가 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건 어려운 일이건 그것의 무게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다 해야 한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점차 크기가 커져 나의 전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힘들고 더러운 일은 내가 하는 게 옳다고만 생각했고 그게 당연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야만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힘듦을 넘어 겨우 아등바등 버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차적으로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힘들구나, 내가 지쳤구나, 내가 더 이상 버티고 이겨내는 것이 불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때 이후로는 열심히 사는 것을 그만하기로 했다. 누가 보면 그렇게 산 것 같지고 열심히 안 살았다 그래?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두웠던 과거들을 이겨내는 것은 다른 것을 하지 않고 그 상황에 직면해있는 나 자신이었다. 나한테는 그것만큼 중요하고 큰일이 없었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잡초처럼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았고 나를 집어삼켰다. 그런 감정들에서 벗어나고 빠져나오려고 하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것을 이겨내려고 어떻게든 무슨 짓이라도 했고 발버둥을 쳤다.


그런 삶을 조금은 지나온 것 같지만 그래도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나는 열심히 살지 않을 것이다. 집을 사려고, 차를 사려고 하는 행위를 위한 노력은 적당히 할 것이다. 적당히 가진 수준에서 사용하고 살아가면서 적당한 삶을 살아도 손가락질받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빈다. 이 모든 것은 나 자신의 마음이 좁기도 좁거니와 하고 싶은 것도 의욕도 사실 많이 없어서 생기는 생각일 수도 있다. 남들이 보면 한심하다고 손가락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겠지.


그럼에도 난 대충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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