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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아침!
피렌체에서 머문 짧은 시간 동안 우피치 미술관에도 가고 두오모 성당도 구경하고
맛있는 젤라또 그리고 스테이크를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했다.
어딜 가나 관광객이 많았고 길을 물어보면 나이 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우릴 최대한 도와주고 싶어 했다.
그러나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저녁 무렵이었다. 떼로 몰려다니던 어린아이들 중 남자아이 하나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집어던졌다.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수-지, 수-지!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수-지'가 이탈리아에서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닌 말인지 궁금했으나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답답했다. 무언가 안 좋은 의미일 것 같기는 한데... )
바닥을 보니 반짝이면서, 하늘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장난감 같은 것이 떨어져 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무척 당황했다.
Venezia
저 무례한 어린 이탈리아인들 중 몇몇이 자라서 나이가 들면
가장 달콤하며 다정하고 친절한 이탈리아인이 되기도 하는 거겠지.
그 반대일 수도 있고.
Venezia
어두워진 골목길을 걷다 보니 친절하고 다정하다고 느꼈던 이탈리아인들 중 몇몇의 어린 시절이 그려졌다.
떠올려보면
관광지야 다 그렇겠지만 이탈리아는 그 어느 곳보다 더 자본주의에 물들어 있었다.
기념품을 사지 않는 사람에겐 친절한 미소를 조금 덜 보여주었고,
식사를 한 뒤 팁을 많이 내는 이에겐 서비스로 더욱더 젠틀하게 대해주었다.
그들은 확실히 무언가 장사꾼 같은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묻지 않아도 먼저 다가와 무엇이든 알려주려던 사람들이 있었고,
다가가 길을 묻자 친구들과의 대화를 잠시 멈추고는 상냥한 미소로 답을 해주던 이도 있었다.
그러니 이들을 전부
'이탈리아인'이라는 하나의 추상적인 범주에 묶어둔 채, 단순히 '이탈리아인'이라고만 부를 수는 없겠다.
낭만적인 물의 도시, 베네치아.
사진은 대개 출렁이는 배 위에서 급하게 찍었다.
조리개가 말을 듣지 않았었는데... 게으른 나는 아직도 카메라를 고치지 않았다.
사진들을 보니 어서 수리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네치아는
예전에 최윤의 소설 '하나코는 없다'를 읽은 뒤부터 너무나 가보고 싶었던 도시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더 좋았고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었다.
그러나 실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한다. 배수시설, 어딜 가든 습한 환경, 수많은 관광객들의 소음에 따른 불편 등...
그래도 나는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떠나는 날 아침, 발걸음이 참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