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photograph
유럽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에 가기로 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에어비앤비의 호스트가 차려준 맛있는 조식을 먹고 집을 나섰다.
기차를 두어 번 갈아탄 끝에 도착한 정상!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추웠다. 가만히 있어도 절로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유럽의 지붕'이란 별명에 걸맞게 몹시 세찬 바람이 연신 불어왔다.
한참 구경을 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던 중에 J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보겠다고 했다.
손을 보니 추위 때문에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나는 조금 아쉬워서 더 있기로 했고 그러던 중 혼자 온 것처럼 보이는 외국인을 발견했다.
그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핸드폰 속에 담겨있는 사진 속의 나는 흡사 까만 곰 같다.
에스키모인들이 쓸 것 같은 새까만 털모자를 쓰고 새까만 코트를 입고, 새까만 부츠를 신고 있는 나.
새하얀 눈 위에 서서 어색한 포즈를 짓고 있는 나.
찬바람을 맞아 새빨간 얼굴을 하곤 살짝 찌푸린 채 한 어정쩡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나.
내 사진은 아니지만 난 분명 이 분과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 같다.
J가 먼저 들어온 곳은 이곳 실내.
넓은 창이 있어서 여기 앉아서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 운치가 있었다.
J와 나는 실내에 들어왔다가 나갔다를 반복했다.
너무 추우면 안으로 들어와 아주 잠시 몸을 녹였다. 그리고 조금 괜찮아졌다 싶으면 다시 나가서 융프라우 정상의 눈과 산맥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높은 지대에 온 건 처음인지라 숨도 가쁘고 몸이 무거워져서 움직이는 데에 에너지 소모가 컸지만, 또 언제 와보겠어. 그런 마음으로 최대한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융프라우의 멋진 풍경을.
아참, 여기서 컵라면(신라면)을 파는데 우린 쿠폰이 있어서 무료로 먹을 수 있었다.
여기서 먹은 컵라면은 여태껏 먹어본 그 어느 컵라면보다도 맛있었다.
매일같이 폭염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날아드는 날씨 덕에, 역시나 가장 그리운 건 아득한 스위스의 풍경들이다.
안녕, 융프라우
꼭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화가 '브뤼겔'의 그림들이 생각나는 풍경의 연속
스키복을 입은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덜컹덜컹 기차를 타고 우리는 다시 지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