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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라 Mar 11. 2019

크리스마스의 경주, 커다란 무덤들이 보고 싶어서

film photograph







커다란 무덤들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경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하면 어쩐지 초록빛 트리와 알록달록한 전구가 장식된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경주에 가고 싶었다.


경주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대릉원의 거대한 무덤들이다. 

오래전 장률 감독의 영화 <경주>를 본 뒤부터 쭉 경주에 가고 싶었다.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 수년이 걸렸다.


영화 <경주>에는 그 옛날 만들어진 커다란 무덤들과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커다란 무덤에 비하면 사람은 언제나 작고 보잘것없어 보였으나 그들에겐 '목소리'가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무덤 위를 향해 기어오르던 작은 사람들. 그들이 그 위에 누운 모습은 이상하리만치 편안해 보였다. 

무덤에 귀를 대거나 거기에 대고 나직이 속삭이던 장면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경주에 갔다. 

경주라는 도시는 죽은 자와 산 자들이 함께 몸을 뉘이는 곳이라는 점이 좋았다. 

또 내겐 극 중 신민아가 작은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뱉은 대사가 오랫동안 뇌리에 박혀 있었다.

그곳, '경주'에 갈 때까지 그 대사는 영영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

"경주에서는 릉이 안 보이는 데가 없어요"라고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 말이다.






























뷰파인더 안으로 쏙, 하고 들어온 아이의 모습. 어쩐지 나른해 보인다. 



폴짝폴짝
















우두커니 놓여있던 모두의 의자






















많은 사람들이 연을 날리고 있었다.

제각각 색깔과 모양, 크기가 달랐다. 

날카로운 가지에 걸려 찢어진 연













































아래를 향해 자라는 가지와 하늘을 향해 자라는 가지가 한 몸에 있었다.









그 주변을 맴맴, 도는 잠자리 모양의 연
















연을 쫓아 달리던 어느 가족이 있었다.




















사람들과 땅을 굽어보는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나무.















연은 하늘을 날기도 했지만 

종종 땅을 향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나무의 주변엔 찢겨진 연의 잔해와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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