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photograph
언제부턴가 전주 한옥마을에는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작은 바람은 어느덧 커다랗고 강력한 토네이도가 되었다.
그야말로 전주 한옥마을을 장악해버린 모습이다.
전주 국제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방문했을 때만 해도,
이후 엄마와 동생과 함께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왔을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이제는 길거리 음식점에서 뿜어내는 연기와 자극적인 냄새가 한옥마을을 가득 덮쳤다.
맛있다고 소문났던 전주비빔밥은 맛 대신 타지에서 온 멋모르는 손님들만 휘어잡았다.
또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이 한옥마을의 골목 구석구석에 넘쳐난다.
많은 관광객들이 유입되어 분명 활기 넘치는 공간이 되었지만 내겐 더는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전주에 방문하기 몇 달 전부터 엄마는 몇 년 전 먹었던 오징어 콩나물비빔밥이 자꾸 생각난다고 했다.
이곳에선 '그 맛'이 나지 않는다고, 다시 전주에 가서 제대로 된 콩나물국밥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콩나물국밥보다도 한약재 냄새 진한 모주와 김가루를 부셔 넣은 고소한 반숙 계란이 그리웠다.
그때의 '맛'을 떠올려 보고자 엄마와 동생과 함께 다시 전주에 방문했다.
한옥마을을 거닐고자 했던 마음은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접었다. 그곳은 더 이상 거닐고 싶은 공간이 아니었다.
전주 한옥마을의 풍경은 예전의 '멋'을 잃은 것만 같다.
그런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고 입안이 쓰다. 우리는 얼마간 걷다가 산책은 포기했다.
대신 몇 년 전 방문했던 콩나물국밥집에 다시 갔다. 그런데 엄마가 몇 숟갈 국물을 떠 마셔보고는 국밥의 맛이 변했다고 했다. 그런가? 풍경에 이어 이제는 고유의 '맛'마저 변한 걸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전주 한옥마을이 이전의 빛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나는 이제 더는 한옥마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전주만의 매력이 사라져 가고 있다. 이곳은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어쩌면 내가 너무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카메라에 전주 한옥마을의 매력을 담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