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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라 Jul 05. 2019

서퍼들의 바다, 양양 죽도해변

film photograph







  얼마 전 양양에 다녀왔다.

  서퍼들이 해변에서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파도를 타는지 궁금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날씨가 매우 흐려 사진을 찍기에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물론 서퍼들이 서핑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을 테지만.

내가 '서핑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하지 않은 이유는 몸으로 하는 대부분의 운동에 별다른 흥미가 없어서이다. 

친구들이 바다에 놀러 가자고 할 때에 그들이 내게 바라는 것은 함께 물속으로 뛰어드는 일일 테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좋아, 그런데 나는 바다에 들어가지 않을 거야. 대신 너희들이 바다에서 놀 동안 짐을 맡아줄게." 


  언제부턴가 그 축축하고 물에 젖어 무거워진 몸의 상태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몇 해 전 수상스포츠를 즐기러 갔던 때를 기점으로 확고해진 것 같다. 작은 사고가 있었다. 

  7월이었나, 그때도 지금처럼 꽤나 습하고 무더운 여름이었다. 인턴을 했던 동기들과 함께 몇 가지 수상레포츠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였다. 강에 도착한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 갖가지 레저스포츠를 즐겼다. 나무 데크가 꽤나 미끄러워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그러던 중 플라잉피쉬를 타기로 한 우리는 앞의 팀이 돌아온 뒤에 그 위에 누워 자리를 잡았다. 저 멀리까지 나갔던 사람들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맺혀 있었다. 그들이 내린 자리엔 물이 튀어있었다. 물에 젖어 미끌거리는 플라잉피쉬 위에서 휘청거리며 간신히 자리를 잡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 힘을 주어 손잡이를 잡았다. 잠시 후 부릉, 엔진 소리와 함께 보트가 물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내 하늘 위로 붕- 떠올랐다. 아, 하늘을 나는 기분! 이런 맛에 타는 건가? 그때였다. 우리가 탄 플라잉피쉬가 180도 뒤집혔다. 줄이 꼬여있었던 것이다. 그때 몇몇은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고 몇몇은 플라잉피쉬 아래에 깔렸다. 우리는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므로 튕겨나간 이들은 물 위에 둥둥 떠있었다. 그런데 플라잉피쉬 아래 깔린 이들은 어떻게 되었나.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나였다. 나와 한 살 어린 동생이 그 아래에 깔려버린 것이다. 물에 빠지자마자 곧 엄청난 충격이 머리에 가해졌다.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무게감이었다. 바람으로 메워진 거대한 공기 지붕이 나와 동생의 머리 위를 계속해서 짓눌렀다. 물속으로 들어가라고, 들어가라고... 그렇게 누군가 머리를 밀어 넣는 느낌이었다. 

  안간힘을 다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미니 다행히도 작은 사이 공간이 있었다. 플라잉피쉬에는 사람들이 누울 수 있도록 길게 움푹 파인 자리가 여러 개 있었는데 그게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몸을 떨며 서로 괜찮은지 물었다. 그곳은 매우 어두웠고 물이 출렁이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플라잉피쉬를 들어 올릴 수도,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도 없었으므로 간신히 숨을 내쉬며 사람들이 어서 우릴 꺼내 주기만을 기다렸다. 그 안에는 시커먼 물밖에 없었다. 그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비릿한 강물의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다. 작은 소리도 크게 울렸다. 물아래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보이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플라잉피쉬를 들어 올리고 우리를 그곳에서 꺼내 주었다. 우리는 말 그대로 보트 위로 '건져 올려'졌다. 꽤 무섭고 놀랐었지만 구조된 순간 안심이 되었으므로 나는 안도하며 함께 있던 동생 쪽을 바라보았다. 그 애는 입술이 파랗게 질려서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져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질문을 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애는 이전에도 물에 빠진 적이 있다고 했다. 플라잉피쉬가 우리를 물속으로 밀어 넣었을 때 그날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바다에 들어가 몸을 적시는 것보다 밀려오는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모래에서 사그라들 때에 발을 살짝 담그는 게 더 좋다. 그보다 더 좋은 건 그냥 파라솔 혹은 소나무 같은 자연 차양 아래에서 모래를 깔고 앉아 책을 읽으며 보내는 유유자적한 시간들. 그러다 한 번씩 바다 쪽을 바라보며 시시각각 다른 모양을 하며 밀려오는 파도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걸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거나 재밌어하고. 그런 시간들이 더없이 좋다. 챙겨 온 블루투스 스피커의 볼륨을 조금 높여 음악에 심취하거나, 아이들이 파도를 만나 갸악갸악 기쁜 함성을 내지르고, 멀리서 한 친구가 다른 친구의 이름을 부르고, 내 옆을 지나가는 연인들이 자아내는 사악사악 모래 속에 발을 밀어 넣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해변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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