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만나는 나만의 방법
"나는 인복이 많은 것 같아. 항상 감사해."
그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친구에게 묻고 싶어진다.
그 말이 정말 사실인지, 그렇게 믿고 싶은 건 아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 관계들은 어떻게 유지되는 것인지.
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다.
내 사람이라 믿었던 이가 하루아침에 적이 되기도 하고,
솔직함과 비밀이 어느 순간 약점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나에게 우선순위가 높은,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정작 그들에게 나는 후순위일 때가 많다.
살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직장 동료, 친구, 새로운 모임…
여러 관계 속에서도 가장 가까웠던 이성 친구들이 떠오른다.
사람 자체가 나빴던 사람,
사람은 좋았지만 연인으로서는 아니었던 사람,
연애는 좋았지만 결혼하기에는 어려웠던 사람..
그리고, 누가 봐도 좋은 사람. 물론 있었다.
그때는 믿었다.
이 사람만큼 좋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다시는 이런 사람 만날 수 없을 거라고.
그러나 결국 이별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그 ‘좋음’이 한결같을 순 없었다.
이제는 정말 결혼할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반을 달려가며 온갖 방법으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에게는 남자에 대한 빅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여 갔다.
이제는 만남 전 카톡 대화만으로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섣부른 거 아니야? 만나보지도 않고, 아니면 겨우 한두 번 만나고 속단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 그럴 수도 있겠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결론은 늘 같았다.
직감적으로 오는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
나의 촉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신기하게도, 내 추측은 대부분 맞았다.
정말 좋은 사람이 있을까?
반대로 나는 좋은 사람일까?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나도 부족함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꾸준히 공부했다.
폭풍 같던 지난 3월.
짝을 만나지 못할까 걱정할 틈도 없이 일에 치여 살았다.
하루하루 살아내기 버겁고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나는 인생의 통과의례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남자분과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온 신경이 일에 가 있었기에, 그날만큼은 마음을 비우고 나갔다.
2024년 3월 16일 토요일.
병원에 들렀다가 약속 장소인 카페로 향했다.
우리 동네까지 와준 게 고마워 시간을 맞추려 했지만, 조금 덜 서두른 탓에 결국 5분 늦고 말았다.
‘아, 처음부터 이미지 깎이겠네..’
미안한 마음을 안고 카페에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남자는 앉아서 내 인사를 받았고,
굳은 표정이었다.
‘뭐지? 긴장한 건가? 설마 5분 늦었다고 저러는 건가? 아님, 실제로 보니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아휴, 그냥 시간 때우고 가야겠다.’
형식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점점 남자의 표정이 풀리기 시작했다.
‘음..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네. 근데 계속 앉아 있으려니 허리가 아프다.. 나가고 싶다.’
나는 생각이 들면 바로 말한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이만 일어나서 산책 갈까요?"
그간 일에 치여 살았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동네 산책로를 걷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초저녁 밤공기는 선선했고,
나무의 초록잎들은 싱그러웠다.
우리는 걸으며 환하게 웃었고,
마치 오래 알던 사람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3월 29일.
세 번째 만남 끝에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서로가 운명이라 믿을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잘 맞았다.
내가 그려온 이상형에 거의 부합했다.
비록 만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나의 빅데이터를 근거로 확신할 수 있다.
남자친구는 좋은 사람이다.
배려심이 깊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얼마 전 알게 되었다.
남자친구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 계발을 하며 부단히 노력해 왔다는 것을.
그리고 날 놓치지 않기 위해 '나'라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두며 노력했다는 것을.
직장이 강원도에 있는 남자친구는 나를 만나기 위해 매주 서울로 올라온다.
일주일 중 최소 삼일은 서울에서 시간을 보낸다.
비로소 확실히 알게 되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경험을 통해 사람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방금 대화를 나눴다.
"우리 왜 이렇게 늦게 만났을까?"
"그래도, 누구나 때가 있는 것 같아."
좋은 사람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모든 것이 연습의 과정이었다.
레시피에는 단맛을 내는 방법,
국물을 진하게 우려내는 법이 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은 찾기 어렵다.
다만, 나만의 기준을 명확히 한다면 좋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고,
그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는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그리고 기대된다.
앞으로 또 만나게 될 좋은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