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혁신사례 연구대회
‘연구대회 보고서는 급하게 쓰지 말고 틈나는 대로 써 봐야겠다.’
라고 다짐했지만 아무것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요즘.
2024년 4월 20일.
요즘 아무것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잠들기 전 연구대회 공문을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봤다.
‘동료 교원과의 수업 나눔, 전학공 등 수업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였는가?’라는 항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지속적’이라는 말을 이제야 확인했다.
‘지속적이라.. 작년부터는 귀찮다고 전학공도 안 하고 있고, 연구회 활동은 진작부터 안 하고 있었는데 어쩌지..’
내가 한 것이라곤 최근에 주변 선생님들께 아이들 발표하는 것 좀 보시라며 초대 메시지를 보내고 자체적으로 공개 수업을 한 것뿐이다.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드렸던 선생님까지 합하면 아마 세 차례정도 공개 수업을 진행한 것 같다.
발표 수업 당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마음이 많이 급했고, 최대한 빨리 설명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입에 모터를 단 것처럼 빠르게 말했다.
그리고 막상 선생님들이 몇 분 들어오시니 생각보다 떨려서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다.
수업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완전 엉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동영상을 보니 나모르게 딴짓하는 학생들이 너무 크게 찍혀 마음이 아팠다.
심지어 목소리가 작은 아이들의 발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만약 보고서를 통과하게 된다면 아쉽지만 전에 촬영한 강의+모둠활동 영상을 제출해야겠다고 결정했다.
막상 발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여 즉석에서 수정한 것도 많았고 뭔가 정리가 안된 느낌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참관록을 잘 써주셔서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같다.
그러던 중 지난 목요일, 학교 메신저 쪽지에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00 교육청 중등교육지원과 장학사 000입니다.
00 지역에 선생님이 계셔서 기쁩니다.
다름이 아니라 2024. 5월, 수업 나눔 한마당 강사로 모시고자 합니다. 가능하신지요?
단순한 1회성 수업 사례 전달이 아닌,
차후 교과별 네트워크가 자리 잡아 교과연구회 방식의 확산이 가능했으면 합니다.
오늘 중으로 강의 가능 여부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강사라니…?
어디서 내 이름을 봤지?’
“안녕하세요 장학사님,
혹시 쪽지가 저에게 온 게 맞는 걸까요...?
저 00 고등학교 음악 교사 000입니다!
“네 선생님께 여쭤봤어요. 수업혁신대회 신청하신 걸 봤거든요. 수업의 의지와 열정이 있는 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부담스러우실까요?”
어안이 벙벙해짐과 동시에
지난날의 고민이 갑자기 뻥하고 해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공개수업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관내에서 학교 대표로 공개 수업할 기회가 있으면 큰맘 먹고 하려고 했지만,
나의 수업은 4월에 끝나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차선으로 생각한 것이 내 수업을 아예 열어놓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학교 전체 선생님들께 아이들 발표 수업을 공개한다고 보낼까 말까를 10번 정도 고민한 것 같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선생님들께 그 쪽지를 보낸다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아무도 오지 않을 수도 있고 공강이 맞지 않으면 끝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럴만한 자신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늘 그래왔듯 해당 학년의 담임선생님들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작년에 보냈던 쪽지를 찾아 수정하였고 아이들의 색다른 모습을 보시라며 수업 초대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지만 고3 담임들이기에 오지 않을 것 같았고 막상 오고 싶다던 담임들은 수업이 겹쳐 불가능했다. 그래서 부서 선생님들께 와달라고 부탁을 했던 건데, 이렇게 대놓고 공문에 이름을 박제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일단 저질렀다.
“제가 수업 사례 나눔을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부담은 되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지금 보내드리는 파일의 4페이지를 채워서 보내주세요. 학교에 공문으로 보내는 거니 아주 매력적으로다가 작성 바랍니다”
원래 이렇게 급하게 하는 건가 싶었다가 바로 한글 파일을 열어보았다.
주제와 주요 내용을 채워야 했다. 그리고 교과별로 강사를 구하고 있는 중인지 아직 강사명이 채워지지 않은 교과가 조금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다른 교과 교사들을 살펴보니 수석교사에, 현재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만 가득했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주제를 무엇으로 잡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장학사는 내 연구대회 명을 보고 기대감에 연락을 했을 텐데 아직 보고서도 내지 않은 수업을 얘기할 순 없을 것 같고, 정말 힘들게 얻어낸 현재 내 아이디어를 동교과에 공개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여러 부장님들께 조언을 구한 결과, 지금 하는 수업 내용의 핵심은 빼고 한 꼭지 정도 이야기하는 걸로 결정을 했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너무 걱정이 되어 공문에서 봤던 선생님 중 한 분을 인터넷 창에 검색해 보았다.
역시나 블로그가 있었고 타 교과가 보기에도 그분의 수업은 매우 참신했고 감탄이 흘러나왔다.
왠지 모를 절망감(?)이 들었고 이미 강의를 여러 번 한 사람들은 포트폴리오가 있어서 사례 공유가 수월하겠다 싶었다.
난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 연구대회 계획서를 썼을 때처럼 밤샘하며 고생할 것이 눈에 선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하루를 실컷 놀고 온 지금,
아직 한 글자도 적지 못하였다.
내일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정말 감사하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고, 준비가 되어 있기에 기회가 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알려야만 기회가 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분이 나의 신청 내역만 보고, 심지어 관리자가 아닌 당사자에게 디렉트로 연락을 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 이 장학사도 자기 확신이 강하고 열의가 있는 분이라 생각되어 더 잘하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다른 교과의 강사명에 겁먹지 않으려 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늘 남의 강의만 들으며 나도 언젠가는 강의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불과 몇 달 전, 지난겨울 방학에 하지 않았던가,
이번에 잘하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계획된 우연으로 내 삶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좋은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자.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