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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법

by 여백

한창 소개팅을 하던 시절,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다.

소개팅 자리에서는 늘 빠지지 않는 질문들이 있다.

“취미가 뭐예요?”
“보통 쉴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즐겨하는 운동 있으신가요?”


심지어 이런 말도 몇 번 들었다.

“혹시 주식이나 코인 안 하세요?”


지금이야 흔한 대화 주제라는 걸 알기에 아무렇지 않지만,

소개팅 경험이 많지 않던 20대 중반에는 취미에 대한 질문이 살짝 불편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사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나온 자리이니 어쩌면 당연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취미가 꼭 있어야 하나? 취미가 없으면 이상한 사람인가?’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저 딱히 이렇다 할 취미 없는데요?”
조금 날카로운 대답이었다. 그래도 그 사람과 사귀긴 했지만 말이다.


각종 온라인 콘텐츠, 원데이 클래스, SNS를 보면 온갖 취미 열풍이 불고 있다.

마치 취미가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보다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어떻게 잘 쉬고 즐기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나의 취미는 다 과거형이었다.
소개팅 자리에서 대답을 하다 보니, 그나마 꾸준히 하는 것들은 전부 음악과 관련된 것이었다.
운동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작년에 수영을 시작했지만,

평소에는 아침 수영이 어렵다 보니 방학 때 두 달도 채 못 하고 그만뒀다. 언제 다시 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걷기를 취미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건강을 위해 꾸준히 하고 있다.
예전에 필라테스나 홈트를 하다가 몸을 망친 경험이 있어,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나마 허리 근력 운동 정도..?


솔직히 몇 년간 꾸준히 한 취미는 잘 없고, 보통 몇 달 하다 그만두는 수순을 밟곤 하는데,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취미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시간, 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글 쓰는 게 취미다.
비록 방구석 글쓰기(?)에 가깝지만, 피드백을 해주는 선생님도 있고, 매일 주제가 바뀌어 흥미롭다.
돈도 거의 들지 않고, 손가락과 생각하는 머리만 있으면 되니 얼마나 유익한가.


나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예전부터 서점에 가는 걸 좋아했다.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베스트셀러의 제목과 목차만 훑어봐도 요즘 사람들의 니즈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래서 동네 서점이 사라진 것이 너무도 안타깝고 슬프다. 나의 아지트였는데...


이번 글쓰기 프로젝트가 끝나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해볼까 생각했고,

드디어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고 있다.
어느 순간 내 글을 읽어줄 독자도 생기지 않을까?


당분간은 면역력 끌어올리기에 집중하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다시 소개팅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때는 새로운 취미를 말할 수 있겠지?

비록 활동적이지 않은 정적인 취미이긴 하지만, 멋진 취미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려 하기보다는 나만의 목표와 가치관을 설정하고, 나만의 방향을 찾아가고자 한다. 남들이 하는 것을 쫓아가기에 급급하거나 남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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