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by 원은미


나에게는 동반자가 여럿이다. 팔 다리와 발 마사지기, 허리 안마기 혈압기 등. 몸이 고장 날 때마다 하나씩 들여온 것들이다. 젊었을 땐 이런 의료기기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눈에 들어온다. 노년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일 게다. 나라에서 고령층 어쩌고저쩌고 할 때마다 거기에 꼭 끼는 것을 보면 부인할 수 없다. 아닌 척 했을 뿐이다. 얼마 전에는 아들아이가 손 마사기기를 사들고 들어왔다. 제 엄마가 삼시세끼로 손이 혹사당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간간이 아들이 안마를 해준다고 해서 어깨를 맡기면 시원한 것이 아니라 더 아프게 한다. 요령 없이 힘으로만 해서 그런 것 같다. 가끔 아이들이 엄마도 늙은 것 같다고 할 때가 있다. 혼자 말을 할 때나 자꾸 되물을 때가 그렇다고 한다. 언제 그랬냐고 하면서도 쓸쓸함이 스며든다.


해가 갈수록 몸에서 들려오는 신호들이 위협적이다. 이제는 조금 참고 넘기는 것은 오히려 병만 키우는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동반자를 하나 더 들여왔다. 이번에는 어깨를 책임지는 동반자다. 어깨가 성이 날대로 나서 가만히 있어도 콕콕 쑤신다. 이 기기는 어깨를 조물조물 주물러 주다 ‘으악’ 소리가 날정도로 한방 먹이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어깨를 달궁달궁 어르고 달래가며 심술을 누그러트린다. 맞춤형인 나의 동반자들은 강 중 약으로 조였다 풀었다 하며 적당히 아프면서 시원하게 해준다. 이렇게 군소리 없이 내가 원하는 만큼 나를 위해 애쓴다. 나이가 들면 조금씩은 다 아프겠지만 아무리 부려도 불평이 없는 동반자가 있어 다행이다. 운동을 하면 좋으련만 날로 의지력이 떨어져 편리한 기기에 의존하게 된다. 싫은 내색 없이 역할을 다하는 무던한 동반자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문제는 나의 변덕이다. 방에 기기들이 늘어져 있는 것을 보면 심난할 때도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애지중지 하며 열심히 사용하다 어느 순간 귀찮아진다. 그동안 싫증이 나서 아무렇게나 굴리다가 내보낸 동반자도 있다. 나의 이기심이 쓸모를 다한 동반자를 무심하게 밀어냈던 것이다. 물건을 사용만 했지 가치를 존중하지 않은 것 같다. 더 이상 동반자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새로운 것이 또 나오면 혹해서 동반자로 만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동반자라는 말에는 단순히 함께 있는 것을 넘어 삶을 나누는 특별한 존재다. 경험과 감정을 나누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뜻이 맞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세상 살아가는데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노년에는 사람만이 아니라 손때가 묻어 애착이 가는 물건이 인생의 마지막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물건과의 관계가 깊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물건이 그 사람의 기억을 담고 시간을 품어 삶의 한 부분이 되었지 싶다.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기도 하지만 물건은 끝까지 내 곁을 지킨다. 그러므로 나는 삶의 흐름 속에 작은 위로가 되어주는 의료 기기들을 노년의 동반자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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