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 쓱 쓱! 이 소리가 아닙니다
싸악 싸악 싸악!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니 쿨럭쿨럭 거리신다
곱게 늙었다 죽으면 좋으련만 허공에 대고 푸념이시다
안쓰러운 마음에 생각난 것이 용각산이다
약을 싫어하는 분이니 스스로는 드시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루 네 번 먹는 것을 한 번으로 약속 받았다
이것도 내 잔소리가 있어야 했다
한 주 두 주 점점 꾀가 나시는 어머니
하루 거르고 이틀 거르는 눈치다
약을 먹어도 아무 효험 없다고 입바른 소리 하시고
병원가자 하면 늙어서 그런 것을 뭘 병원엘 가느냐고 한마디 하시고
그렇지만 어디 그런 가
자식 입장에서는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인 것을
끝내는 가루라서 먹기 힘들다고 어리광이시다
내가 본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매일 저녁 용각산 통에서 스푼을 꺼내 어머니 손에 쥐어 드린다
“한 스푼 입에 넣으세요”
“얼른 물을 마시세요”
잘 못 입에 털어 넣기라도 하면 가루약이 입안에서 난리가 난다
이 때문에 켁켁 거리신다
어머니의 기억 주머니에는 90평생의 희로애락이
굳게 자리 잡고 있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들어 갈 곳이 없나보다
그래서 매번 말 한다
고개 들지 마시고 입 앞 쪽에 살짝 넣으시라고
어머니는 콩알만 한 스푼에 어떡하면 조금이라도 적게 뜨려하고
나는 어떡하면 한 스푼 가득 뜨게 할까 신경전이다
어머니는 잊지 않고 여전히 한소리 하신다
약 먹어도 소용이 없다고
그래도 안 드시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 못들은 척 한다
그깟 약 한 통을 오래도 드셨다
서너 달이면 될 것을 일 년여가 걸렸으니
그리고 어머니와 끈질긴 입씨름 덕분에 쿨럭쿨럭 소리가 잦아들었다
아무도 대신 할 수 없는 길에 마지막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면
내가 어머니 옆에 있기를 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