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 토요일, 무덥기가 복날 같다. 식구들은 방 하나씩 차고 들어 앉아 빈둥거린다. 각 방에서 흘러나오는 tv소리가 집을 점령한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tv가 주인 노릇하는 듯 했다.
나도 식탁에 앉아 책을 펴놓고 읽다가 졸다가를 반복하며 늘어져 있다. 이때 갑자기 음악소리가 크게 들려 정신을 차려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시간밥을 먹는 식구들인지라 마음이 급하다. 입이 짧은 식구들을 무엇으로 만족 시킬까도 고민이다. 머릿속의 생각회로가 뒤엉킨 듯 도무지 메뉴가 떠오르지 않는다.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해 낸 것이 겨우 김치전이다.
시간이 없으니 일단 시작을 했다. 밀가루 물을 적당한 농도로 풀어 놓고, 김치와 파를 송송 썰어서 넣었다. 발그무레한 빛이 먹음직했다. 팬을 달구어 기름을 둘렀는데 벌써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팬에 김치반죽 반 국자를 넣고 모가 난 곳이 없게 동글동글 얇게 폈다. 불을 약 불로 줄이고 엷은 갈색이 나도록 지키고 서서 이쪽저쪽 뒤집었다.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너무 노릇노릇해 바삭거리는 것보다 야들야들한 것을 좋아하는 까다로운 시어머니의 식성 때문이다.
김치전을 좋아하는 남편과 아들에게는 보름달 만하게 부쳐서 주어야 하는데, 이 더위를 어찌할까. 지글지글 익어가는 맛있는 소리와 내 등줄기에서 땀방울이 지글거리는 소리가 부딪친다. 열기를 빨리 피할 요량으로 가스레인지 위에 팬을 두 개 올려놓고 동시에 두 개를 부쳤다.
아들은 식탁에 앉아 한 입 먹더니 이내 일어나 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엄마 것도 있어? 그러더니 저 한입 나 한 입 먹여주며 내 것이 다 될 때까지 어미 새가 새끼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듯 한 입 한 입 먹여준다. 세상에 이런 아들을 내가 낳았다니.
그런데 분위기 파악 못하는 남편이다. 그동안 청소며 설거지도 잘 해주어 고마웠는데 김치전과 씨름하고 있는 지금 무슨 음악을 틀어 놓고 들어 보란다. 설명까지 친절하게 하는 남편이 정말 남의 편 같다. 불 옆에서 빨리 피하고 싶은 마음뿐인데, 내 귀에 음악이 들릴 리 만무하다. 무슨 북한 선전대도 아니고 이럴 때 보면 베짱이가 따로 없다. 개미처럼 일하는 마누라에게 음악이라니.
사실 이런 일이 오늘 처음은 아니다. 남편은 좋은 마음으로 했었을 텐데, 퐁퐁 솟는 땀방울이 내 마음을 삐뚤어지게 한다. 왜 하필 이 시간에 음악을 틀어 놓아 눈총을 받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