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에서 만난 사람 - 중국어 공부하는 어르신과 하싼
글쓴 첫 날 이런 일이 생기다니! 럭키비키잖아
노약자석 앞에 서있는 걸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는 가운데에 서 있으면 괜히 부담스러운데 노약자석은 3자리 뿐이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출퇴근길의 1호선 노약자석에서 본 어른들을 소개하고 싶다.
12월 20일
신도림에서 인천가는 지하철을 탔다.
유투브를 보며 구석에 기대어 서가는데 앞에 앉은 어르신이 펜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쓰는게 보였다. 눈동자를 살짝 내려 쳐다보니 중국어 공부를 하고 계신다.
무언가를 배우는 건 참 값진 일이다. 한두달 배우다 말기를 반복하더라도 아예 안하는 것보단 낫다게 나의 지론.
지하철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는 어르신을 보며,
나도 죽을 때까지 배움의 열정을 놓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박. 이 어르신 옆에 외국인이 앉았는데 두 사람 지금 대화한다. 한쿡말로 대화하코 이써요. 어르신은 리비아에서 2년동안 엔지니어로 일했다고 한다.
어르신은 70살, 외쿡인은 40살.
외쿡인 한쿡말 꽤 해요. 외쿡인 이름은 하싼이에요.
어르신은 등이 아파요. 하싼한테 어떤 일을 하냐고 물었는데 하싼 못 알아들어요. Your job 이라고 말하니 알아들었어요.
하싼은 송도에서 아르바이토 해요.
이게 무슨 일이지?
맞은편 노약자석에도 외쿡인이 앉아있다.
1호선 글쓰기 시작한 첫 날 이게 웬 횡재야.
노약자석 양쪽에 외쿡인 앉아있어요.
근데 하싼 반말은 안돼.
어르신한테 아르바이토 알아? 라니.
하싼은 12년동안 한쿡에 살았단다. 이 와중에 하싼 옆에 앉은, 유일하게 이 자리에서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어르신이 하싼 말이 잘 안들리는지 허리를 숙이셨고요.
하싼이 유투브를 보기 시작하면서 둘의 대화는 갑자기 끝나버렸다. 하싼 40살 밖에 안됐는데 이어폰 없이 유투브 시청하는 기염을 토한다.
하싼.. 한국 12년 산 거 맞구나..
이제 다른쪽에 앉은 외쿡인과 어르신의 대화를 듣고싶은데 너무 속삭여서 잘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곧 내려야한다..
아쉽지만 오늘 1호선 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