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 유병기 (有病記)
괜찮아, 잘 될 거야
응급실에서 아이는 수시로 체온을 쟀다. 체온이 높게 나올 때도 있었지만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수혈 후 체온이 높게 나왔을 때는 수혈 때문에 열이 오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3일 후로 외래가 잡혔을 때, 나는 아이의 체온이 높아 진료를 못 받을까 염려했고 응급실에서는 기초체온이 높다는 내용을 적어놓겠다고 했다.
퇴원 후 아이는 매일 철분제를 먹었다. 특유의 맛 때문에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다행히 아이는 약을 잘 먹었고, 부작용도 없었다. 수시로 아이의 입술색, 손바닥, 발바닥 색깔을 살폈다. 언제부터 이 증상이 나타났던 걸까, 우리는 아이의 예전 사진들을 찾아보았지만 시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같은 시기여도 사진에 따라 아이의 입술색은 선명하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사진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어린이집에 빈혈 이야기를 전했고, 원장은 자신도 빈혈을 의심했었다고 말해주었다. 원장도 나처럼 결과를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아닐까, 의심이 가면 얘기를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내가 찾아본 이 병의 가장 큰 경과는 신체 발달 지연이었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생각으로 초조해졌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었다.
3일 후 외래 진료를 갔다. 진료 2시간 전에 가서 채혈을 하고, 진료 전 소아과에서 신체계측을 했다. 아이의 혈색소는 처음에 검사했을 때보다 3이 오른 수치였다. 수혈을 해서 수치가 오른 것도 있고, 수혈 이후에도 수치가 잘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 진료는 4주 후로 잡혔지만 이제부터 다른 교수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그 교수님은 암센터에 계셔서 다음부터 암센터에서 진료를 봐야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암센터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아이는 단지 빈혈일 뿐인데.
4주 후 채혈을 하고, 암센터에서 신체 계측을 했다. 아이의 신체 상황은 평균의 40% 정도 되는 기록이었다. 혈색소 수치는 0.7이 올랐다. 지난번 수치보다 오름폭은 적지만 수치는 올랐으니 철분제가 도움이 되는 거라고 보았다. 3이나 올랐던 상황은 수혈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 했다. 드라마틱한 수치의 변화는 없었지만 지난번 수치에서는 측정조차 되지 않았던 저장철과 혈청철 수치도 확인되었다. 정상 여부를 확인하려면 세 가지 수치를 확인해야 된다고 했다. 2개월 후 외래가 잡혔고, 혈색소 수치는 9.6까지 나왔다. 정상 목표치인 11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그런데 저장철 수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혈청철 수치도 Iron은 떨어지고 TIBC만 올랐다. 어쨌든 혈색소 수치가 가장 중요했기에 다음 진료 때 경과를 보기로 하고 세 번째 외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