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 유병기 (有病記)

원인을 찾아서 (1)

by 징느

아이가 빈혈 진단을 받았을 무렵, 나는 빈혈에 대해 많은 것이 궁금했다. 왜 걸리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되는지, 얼마나 치료해야 되는지 등등. 빈혈은 보통 정상 수치로 돌아오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리고, 철분약만 꾸준히 잘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6개월까지는 남은 시점이었다. 물론 아이의 현재 수치는 너무 낮았기에 6개월 만에 치료가 종료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철분약을 너무 오래 복용하면 안 좋다는 이야기에 아이가 너무 오래 약을 먹는 건 아닌지 걱정도 했다. 교수님은 지금은 부작용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수치가 어느 정도 돌아오면 복용 중단 시점을 알려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이제 수치가 를 일만 남은 것 같았다. (정말로 그랬다면, 이 이야기는 아주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아이는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여름을 맞아 근교 강가 나가 물놀이를 하기도 했다. 빈혈 진단 이후 수시로 아이의 얼굴, 손발의 혈색을 확인했다. 이 시기의 사진들을 보면 아이의 입술은 확실히 붉었다.


네 번째 외래 진료가 있던 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1~2 달마다 휴가를 내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던 나는 어차피 생일날 휴가를 쓸 생각이었으니 4번째 진료 일정을 생일로 맞췄다. 여느 때와 똑같이 채혈을 하고 2시간 후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데 아이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아이보다 뒷 순서의 아이들이 먼저 진료를 받으러 들어갔다. 영문을 모른 채 기다리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아이는 잘 기다렸지만 점점 인내심의 한계가 왔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나 혼자 진료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진료를 볼 수 있었다.


혈색소 수치는 1.3이 떨어졌다.


저장철도 0.6이 떨어졌다, 떨어질 것도 없었는데. 혈색소 수치가 떨어진 매우 심각했다. 철분제를 매일같이 복용하는데도 수치가 떨어진다는 건 아이의 몸속 어딘가에 출혈이 계속되는 거라고 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찾아본 빈혈에 대한 많은 자료 중 어디에도 이런 이야기는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교수님은 '색소 전기 영동 검사' 제안했다. 이 검사에서 결과가 안 좋으면 유전자 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든다며 교수님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나는 좀 의아했다. 교수님이 이런 걸 신경 쓴다고?


“유전자 검사에서 원인을 찾으면 치료 방법이 따로 있나요?”

“방법은 없어요. 얘는 원래 이런 애구나, 원인만 알고 사는 거지”


유전자 검사에 대한 교수님의 반응이 왜 회의적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치료방법 없는 발병 원인은 모에게는 자책감이, 아이에게는 원망이 생기기에 충분했다.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어쩌면 평생 주기적으로 채혈을 하거나 매일 철분약을 먹어야 되는 건가. 나는 너무 심란했다.


진료실 앞에서 다음 진료 일정을 잡을 때, 아까의 피검사에서 수치가 낮게 나와서 재검사가 들어갔었고, 그래서 진료가 지연됐었다는 말을 들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아이와 함께 있었기에 울 수 없었다. 이는 진료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표정과 말투로 분위기를 읽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와 함께 병원을 나다. 너무나도 우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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