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만나는 신선을 닮은 나비, 청띠신선나비

by 임권일
SE-ed99caf8-ff52-40a0-afe1-91b48b1df290.jpg?type=w773 청띠신선나비, 2020년 4월 전남 화순에서 촬영


나비 중에는 청띠신선나비라는 신비로운 이름의 나비가 있다. 이름처럼 날개 윗면에 나 있는 파란색 무늬가 돋보이는 녀석이다. 예전에 날개에 새겨진 푸른빛의 신비로운 무늬를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채집한 적이 있었다. 잠깐 동안 비닐봉지에 넣어두고 나서 다시 살펴보려고 했을 때에는 신비로운 무늬가 사라져 있었다. 사진으로 아무리 잘 담아도 녀석이 가진 푸른색 신비로운 무늬가 다 들어오지는 않는다.


SE-32b6e044-3f6b-4ba5-aa05-7444eb4949ef.png?type=w773 청띠신선나비, 2020년 4월 전남 화순에서 촬영


청띠신선나비는 날개 윗면은 푸른색 무늬가 신비롭지만, 날개 아랫면은 푸른색 띠가 없다. 굉장히 어둡고 탁해 보이는데 마치 그 모습이 낙엽처럼 보인다. 그러한 날개 색을 가진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청띠신선나비는 겨울을 성충 상태로 보낸다. 이때 나무 틈 속에 들어가 동면을 하는데, 이때 날개를 접고 있으면 보호색이 되어 천적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하필 날개 윗면에 푸른색 무늬가 나 있는 걸까? 사실 푸른색 무늬는 색소가 아니다. 보통 나비 날개에는 인편이라고 불리는 미세한 비늘이 있는데, 표면에 미세한 층이 빛을 반사하여 색으로 보이게 한한다. 청띠신선나비는 푸른색을 반사하여 푸른 무늬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늬는 빛을 받는 위치나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날개 색은 포식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SE-af1fbf00-0b49-4cac-a1bf-c79ccfaedaa8.jpg?type=w773 쇠살모사 사체에 모인 검정송장벌레, 2020년 7월 27일 전남 화순서 촬영


SE-551b707c-55bd-450e-8fee-ba5029934e23.jpg?type=w773 애기세줄나비가 죽은 애벌레의 몸속 영양분을 흡즙하는 모습, 2016년 10월 15일 전남 화순에서 촬영


종종 동물 사체나 배설물이 있으면 지나가다 말고 멈춰서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는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여러 생물들이 발견된다. 송장벌레부터 나비류, 풍뎅이류, 파리 종류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다소 징그러워보이기도 하는 이 모습도 자연의 일부이며,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과정이다.


SE-33b6ca1e-de1a-429c-9270-75f2ff5eed43.jpg?type=w773 청띠신선나비, 2020년 4월 전남 화순에서 촬영


청띠신선나비 역시 그런 동물 배설물 사이에서 흡즙을 하고 있었다. 나비와 배설물, 나비와 동물 사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모습이지만, 의외로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름다움과 추함, 이런 건 모두 사람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것일 뿐이니 말이다. 나비에게 선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운 꽃 위에 앉으면 선이고, 더러운 똥에 내려앉으면 악인 것인가. 그런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자연 속에는 선과 악이 구분되지도 구분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바닷가에서 태어나고도 몰랐던 이름, 대추귀고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