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자연하천을 찾아서-
첩첩산중, 오지 중의 오지, 왕피천으로 들어가는 길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울진 읍내에서 20km 남짓한 고갯길을 넘으니 서면소재지가 나온다. 고갯길을 따라 한참을 차로 달려온 듯 한데, 왕피천으로 들어가는 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좁게 난 임도를 따라 다시 20km를 더 들어가야 왕피천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왕피천은 주변에 높은 산과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요새와도 같다. 그래서인지 옛날 삼한시대 삼척과 울진지역을 다스리던 실직국의 왕이 난을 피해 숨었다고하여 마을 이름을 왕피리,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을 왕피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왕피천과 그 유역은 교통이 매우 불편하여 접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기 때문에 원시상태 그대로의 자연이 잘 보전된 지역이다. 지금이야 임도가 놓여 사람들의 왕래가 더러 있지만 길도 차도 없던 시절, 이곳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래서였을까 오랜시간 왕피천은 때 묻지 않은 자연 경관 그대로 간직해올 수 있었다. 멸종위기 1급 산양과 수달을 비롯해, 수많은 희귀야생동식물의 보고이기도 한 왕피천 유역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보물이자 자연유산이다.
태백산맥의 일부를 구성하는 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대가 그 발원지이다. 발리천, 본돈천, 오기천 등의 지류와 합치고 다시 수하리에서 신암천을 합쳐서 장수포천이라 불리다가 울진군 서면 왕피리를 지나면서 왕피천이라는 이름이 불려진다. 왕피천 유역의 빼어난 경치와 자연환경, 희귀야생동식물을 보전하기 위하여 왕피천 유역 일대는, '왕피천 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보호구역 내에서는 취사나 야영의 행위가 일절 금지되어 있다.
왕피천의 경치는 설악, 금강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다. 하지만 때묻지 않고 깨끗한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주는 경치가 신비롭고 아름답다. 왕피천은 하천의 양안이 하방침식하여 대칭적으로 깊은 골짜기를 이루기 때문에 계곡의 깊이가 깊고 경관이 수려하다. 길이 60.96km, 유역면적 513.71㎢의 구간 중 상류에서 하류에 이르기까지 전구간 1급수의 맑은 물을 자랑한다. 이 곳에는 1급수에만 서식하는 버들치를 비롯, 연어, 황어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산작약, 누랑무늬 붓꽃 등 멸종위기 식물도 다수 자생하고 있다.
울진을 대표하는 식물에는 금강송이 있다. 왕피천 유역 일대는 불영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금강송의 원래 이름은 황작목이라고 하는데, 황금빛 목질을 가졌다고 해서 예로부터 금강송을 황장목이라고 불렀다. 금강송은 소나무의 한 품종인데, 금강산에서부터 경북 북부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자라는 금강송은 곧은 줄기를 가지고 있고, 나뭇가지가 긴 원뿔 모양으로 돋아나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일반 소나무와는 모양새가 확연히 다르다.
왕피천 계곡 일대에는 산양, 수달, 하늘다람쥐, 삵, 담비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이기도 하다. 녀석들은 사람들이 없는 야생의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왕피천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산과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이다.
<글 참고자료 : wangpicheon.org, 대구지방환경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