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다리물떼새는 여름이 시작될 무렵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새입니다. 녀석들은 온대 및 열대 지역에 걸쳐 전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새인데, 우리나라에는 매우 드물게 찾아오기 때문에 귀한 손님 같은 새입니다. 장다리물떼새는 보통 동남아시아 또는 대만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러시아나 중국 등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우리나라에 잠깐 들르는 휴식을 취하는 나그네새로 잘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천수만 일대에서 번식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는 등 점점 여름철새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장다리물떼새 무리가 한창 먹이활동을 하는 곳은 이제 막 트랙터로 써레질을 해 놓은 논입니다.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논 속에 있는 작은 생물들인데 그중에서도 지렁이를 특히 좋아합니다. 이 외에도 개구리나 올챙이, 미꾸라지, 곤충 등도 잡아먹습니다. 수많은 논 가운데 녀석들이 찾아가는 곳은 먹이가 풍부한 곳이지요. 그곳은 농약 대신 미꾸라지나 우렁이 농법을 시행하는 친환경 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논은 단순히 벼를 재배하는 곳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태계인 셈입니다
장다리물떼새를 관찰하고 있는 와중에, 멀리서 할아버지 한 분이 '훠이, 훠이' 소리를 지르고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분은 근처에서 모내기 중이던 논 주인이었습니다. 그분 말씀은 이제 막 모내기를 해 놔서 새들이 논에 들어가면 벼가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새를 쫓는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생존 수단인 벼를 지키기 위한 할아버지와, 생존의 터전인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장다리물떼새,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할 수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