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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권일 Jun 11. 2022

표범

한국 표범

•분류: 포유동물강, 식육목, 고양이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주요 특징: 몸길이가 140~160cm가량으로 황색 바탕의 몸에는 매화처럼 생긴 검은 무늬의 털이 나 있다.


저는 표범이에요

동물들의 왕 하면 어떤 동물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호랑이나 사자가 가장 먼저 떠오를 텐데요.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 커다란 덩치를 보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녀석들이 동물의 왕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녀석들 못지않게 힘이 세고 날렵한 동물의 왕이 또 있어요. 온몸에 얼룩덜룩한 검은색 매화 무늬가 나 있는 표범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몸길이는 140~160cm가량으로 호랑이에 비해서 몸집이 작은 편이지만 용맹한 모습이나 사냥실력은 결코 호랑이에 뒤지지 않아요.


사람들은 호랑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친숙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우리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표범이 열대 밀림 속 아마존이나 아프리카에서만 살아가는 동물로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한국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우리가 살았어요. 그것도 호랑이 못지않게 많은 개체수를 유지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백두대간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녔던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세계의 표범

표범은 한반도를 비롯해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 걸쳐 서식하고 있어요. 아프리카표범, 북중국표범, 아라비아표범, 스리랑카표범, 인도표범, 인도차이나표범, 자바표범, 페르시아표범, 아무르표범이렇게 총 9 아종이 있지요. 그중 우리는 아무르표범에 속해 있어요.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의 따뜻한 지역에 사는 표범에 비해 몸집이 더 크고 털도 훨씬 더 풍성한 편이에요.


표범과 비슷하게 생긴 치타(사진=픽사베이)

치타나 재규어와는 달라요

우리는 언뜻 보면 재규어나 치타와 생김새가 비슷해 보여요.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서로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특히 몸에 나 있는 검은 무늬의 형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재규어는 둥글게 생긴 검은색 테두리 안에 검은 점이 박혀 있고, 치타는 테두리가 없는 둥근 무니가 온몸에 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재규어나 치타와 달리 가운데 점이 없는 매화 모양의 검은 무늬를 가지고 있어요. 또 사는 곳도 전혀 달라요. 치타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살고 재규어는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지요. 그래서 자연 상태에서 녀석들과 우리는 만날 기회가 전혀 없답니다.


표범의 매화 무늬

주로 밤에 먹이 활동해요

우리는 해질 무렵이 되면 본격적으로 먹이 활동을 시작해요. 망막이 잘 발달해 있기 때문에 캄캄한 밤에도 먹잇감을 찾아낼 수 있어요. 주로 사슴이나 고라니, 멧돼지와 같은 녀석들이 나타나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잽싸게 목을 물어서 사냥을 하죠. 송곳니가 날카로워서 목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한 번 물리면 먹잇감은 꼼짝달싹 못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말아요. 사냥한 먹잇감은 한꺼번에 먹지 않고 바위굴과 같은 은신처 속에 숨겨두었다가 다시 찾아와 먹지요. 하지만 점점 먹잇감이 줄어들고 있어서 사냥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사람들이 사슴이나 고라니 같은 초식동물들을 마구잡이로 밀렵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먹이가 부족해지면 곤충과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으며 끼니를 때우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으로는 굶주린 배를 채울 수가 없어요.



600마리의 표범이 전멸했어요

우리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살아왔어요. 하지만 현재는 남한 지역 그 어디에서도 우리가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우리가 이렇게 급격하게 쇠망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에요. 당시 일본 사람들은 해수 구제를 명목으로 우리들을 비롯한 맹수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했어요. 특히 우리 몸을 덮고 있는 얼룩덜룩한 가죽은 무늬가 아름다워 밀렵꾼들의 주요 사냥감이 되었지요. 이 시기 한반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624마리에 이르는 많은 표범들이 죽음을 당했어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한국 땅을 떠난 이후에도 비극은 끝나지 않았어요. 끈질긴 생명력으로 온갖 위협을 버텨왔던 전국의 몇 안 되는 녀석들도 밀렵도구에 걸려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지요.



오도산에서 붙잡힌 후 창경원에서 지냈던 마지막 표범 '한표'(사진=서울대공원 동물원)


마지막 한국 표범 '한표'를 기리는 표지석


남한의 마지막 표범들(한국의 마지막 표범, 엔도 키미오)

1962년 경남 합천 오도산에서 새끼 표범이 붙잡혔어요. 이후 1963년에도 오도산에서는 암표범이 붙잡혔지요. 그 시절 표범 개체수가 거의 없던 것을 따져보면 녀석은 아마도 1년 전 붙잡혔던 새끼 표범의 엄마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두 표범의 운명은 가혹하기만 했어요. 새끼표범은 창경원으로 옮겨져 외롭게 살다가 1974년에 죽음을 맞이했어요. 암표범은 발견 당시 이미 올가미에 걸려 죽고 말았어요. 죽은 뒤에는 고기와 모피로 팔려나가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지요. 이후 1970년에도 경남 함안에서 수표범이 붙잡혔다는 기록이 있지만 녀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한국에서는 표범이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러시아 표범의 땅 표범(사진=야생동물보전협회 WCS)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기적적으로 자연 상태에 살아남은 녀석들도 위험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예요. 현재 전 세계에 남아 있는 표범의 숫자는 러시아와 중국 지역에 살고 있는 50~70여 마리에 불과하기 때문이에요. 짝짓기를 해서 새끼를 길러내야 하지만 짝을 이룰 상대도 없는 상태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빠 표범이나 엄마 표범과 짝짓기를 해서 새끼를 낳게 되는 상황이 생겨요. 하지만 이렇게 근친교배를 통해 낳은 새끼들은 유전적으로 열성 인자를 지닌 경우가 많아요. 기형의 몸을 가졌거나 질병에 취약한 새끼들이 태어나는 것이죠. 또 녀석들은 정상적으로 태어난 새끼들보다 대부분 일찍 죽을 확률이 높아요. 설사 살아남는다고 해도 녀석들과 짝짓기를 통해 낳은 새끼들은 더욱더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요. 이대로 가다간 결국 우리는 멸종을 맞이하고 말 거예요.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없어서 더욱 슬프고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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