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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권일 Jun 13. 2022

담비

목 부위가 연한 노란색을 띤 담비

•분류: 포유동물강, 식육목, 족제비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주요특징: 몸길이 35~60cm가량으로 기다란 몸통을 가지고 있으며 온몸에 고운 털이 풍성하게 나 있다.     


족제비가 아니에요

가늘고 긴 몸통과 짧은 다리, 뾰족한 주둥이가 꼭 족제비를 보는 것 같죠? 하지만 생김새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족제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몸 색깔 대부분이 갈색을 띤 족제비와 달리 우리는 머리와 꼬리, 다리와 엉덩이에 검은색 털이 도드라지게 나 있거든요. 풍성한 털과 귀여운 외모가 인상적인 제 이름은 담비예요. 목 부위가 연한 노란색을 띠고 있어서 흔히 노란목도리 담비라고도 부르기도 하지요. 이름과 생김새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죠? 하지만 담비라는 이름 속에 들어 있는 속뜻을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 왜냐하면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담비라는 이름 속에는 강한 공격 습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뜻이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보통 사냥을 할 때 혼자서 하지 않고 여러 마리가 한데 모여 집단으로 공격해요. 그러면 혼자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덩치 큰 멧돼지나 고라니도 잡아먹을 수 있지요. 몸집의 크기와 힘에서는 전적으로 불리하지만 여러 마리가 협동해서 공격하면 이길 수 있어요. 먹잇감을 사냥하는 모습이 얼마나 용맹해 보였는지 사람들은 우리를 두고 ‘호랑이 잡는 담비’라고 부를 정도였어요. 여기서 사냥감을 향해 집단으로 덤비는 모습을 보고 ‘담비’라는 이름이 생겼어요. ‘덤벼들다’, ‘덤비다’에서 ‘덤비’, ‘담비’라는 이름이 생긴 것이죠. 우리는 호랑이나 표범, 늑대가 사라진 한반도 생태계에서 우리는 가장 몸집이 크고 용맹한 육식동물이랍니다.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강한 공격 본능을 지닌 담비

정말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까?

‘호랑이 잡는 담비’라는 말은 우리가 가진 강한 공격 본능을 빗댄 표현일 뿐이에요. 즉 실제로 우리가 호랑이를 사냥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호랑이는 한반도 생태계에서 가장 최상위에 위치한 육식동물이에요. 그 어떤 동물도 호랑이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는 없을 거예요. 


활동반경이 매우 넓어요

우리는 오소리나 너구리 등의 동물과 달리 활동반경이 매우 넓어요. 녀석들보다 최대 20배 가까이 넓은 영역을 이동하고 다니죠. 땅 위를 민첩하게 돌아다니면서 쥐나 토끼, 들고양이, 어린 고라니나 멧돼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잡아먹고 살아가요. 그야말로 호랑이와 같은 맹수가 사라진 숲 속에서 진짜 왕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매일 육식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나무 위를 자유롭게 타고 다니면서 수액을 빨아먹거나 열매를 따먹기도 해요. 발톱이 날카로운 데다가 발바닥 중앙에 털이 나 있어서 마치 원숭이처럼 나무 위를 미끄러지지 않고 다닐 수 있거든요. 참고로 우리가 먹은 나무 열매는 여러 곳에 배설되면서 씨앗이 자라게 하여 숲이 더욱 풍성해지게 한답니다.                  


나무 위에 오르는 담비

초식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해요

지금 남한 지역은 고라니나 멧돼지 등의 초식동물이 너무 많아요. 녀석들 중 일부는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가축을 물어 죽이면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요. 좁은 공간 안에 너무 많은 녀석들이 살아가면서 먹이가 부족해서 나타난 현상이에요. 예전에는 호랑이나 표범과 같은 맹수들이 초식동물의 개체수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녀석들이 전부 멸종해서 그럴 수가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덩치 큰 초식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바로 우리 담비들에요. 전국에 서식하는 담비들이 1년 동안 잡아먹는 고라니나 멧돼지 숫자가 자그마치 만 마리나 되니까요. 하지만 우리도 호랑이나 표범처럼 언제 멸종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어요. 생김새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윤기가 흐르는 탐스러운 털과 가죽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우리를 잡아서 목도리로 만들어서 사용해 왔어요.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되어 포획이 금지된 지금도 많은 담비들이 밀렵을 당하고 있어요. 탐스러운 털과 가죽을 얻기 위해서 말이에요. 우리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늘 멸종위기에 처해 있을 거예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까치

유해야생동물이란?

유해야생동물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재산 상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들을 말해요. 대표적으로는 까치나 직박구리, 멧비둘기, 고라니, 청설모, 멧돼지 등이 있어요. 현재 유해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총이나 덫으로 포획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수렵을 통한 개체 수 조절 방법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답니다.


창녕 우포늪 인근 도로를 횡단하는 담비

숲을 보호해야 우리가 살아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넓고 건강한 숲이 필요해요. 하지만 사람들은 경치가 좋은 계곡이나 숲이 있으면 관광지로 개발해버려요. 그러면 우리들은 삶의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또 다른 곳으로 옮겨 가야만 하죠. 그러나 지금 이 상태로는 더 나은 숲을 찾아 이동할 수조차 없어요. 숲 곳곳에 거미줄처럼 건설된 도로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생태축을 따라서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다른 무리의 녀석들과 짝짓기를 해야만 안정적인 무리를 유지할 수 있어요. 좁은 지역에 고립되어 살아가다 보면 그만큼 멸종이 앞당겨질 수밖에 없지요. 


맹수들이 사라진 남한지역에서 무너진 생태계를 다시 되살리려면 반드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해요. 활발하게 숲 속을 뛰어다니며 사냥해야 다른 초식동물의 수를 통제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자연 상태에서 멸종되지 않도록 막는 일, 그것이 건강한 숲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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