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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권일 Aug 07. 2022

소똥구리


소똥구리 표본 ⓒLim kown il


•분류: 곤충강, 딱정벌레목, 소똥구리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주요 특징: 몸길이가 16mm가량의 곤충으로 소나 말이 배설한 똥을 이용하여 경단을 만든다.



자연 방목하는 소 ⓒLim kown il


소똥을 좋아해요

곤충 중에는 똥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어요. 흔히 소똥풍뎅이나 송장벌레 무리에 속한 곤충들이 잘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녀석들보다 똥을 더 좋아하는 곤충은 따로 있어요. 바로 소똥구리라고 불리는 제가 그 주인공이죠. 우리는 많은 똥 중에서 소똥을 유별나게 좋아해요. 그래서 이름도 소똥구리예요. 하지만 소똥 이외에도 말이나 양과 같이 풀을 뜯어먹는 동물들의 똥이라면 모두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더럽고 냄새나는 똥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똥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먹이이기 때문이에요.



똥 경단을 만드는 소똥구리(사진=고려대학교 배연재 교수팀)

똥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어요. ‘더럽다’, ‘냄새난다’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에요. 우리는 다른 먹이를 굳이 찾아서 먹지 않아도 똥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어요. 동물들의 배설물을 먹어서 없애기 때문에 생태계를 깨끗이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요.


똥에 모이는 날개알락파리 ⓒLim kown il

여기서 잠깐 코너

똥을 좋아하는 동물

우리 말고도 똥에 모이는 곤충들은 여럿 있어요. 날개알락파리와 모가슴소똥풍뎅이, 소요산소똥풍뎅이 등이 있어요. 녀석들은 우리들처럼 똥 속에 들어 있는 수분이나 영양분을 먹고 살아간답니다.            


왕소똥구리 표본 ⓒLim kown il


우리 몸집보다 50배나 넘는 소똥 경단을 만들어요

우리는 소똥으로 제 몸보다 50배나 넘는 크기로 경단을 만들 수 있어요. 소똥 덩어리 속을 머리를 집어넣고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다 적당한 똥이 발견되면 둥근 공 모양으로 만들지요. 소똥을 공처럼 둥글게 만드는 까닭은 집까지 편리하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딱딱한 각이 져 있는 상태보다는 둥근 공 모양이 훨씬 더 굴리기가 쉬우니까요. 또 똥을 둥글게 다지면 더 많은 똥을 뭉칠 수 있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운반시킬 수도 있고, 수분 증발을 최소화해서 촉촉한 상태로 똥을 유지할 수도 있지요. 그냥 둥글게 만드는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다니 참 신기하죠?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소똥 경단은 먹이로 사용하거나 그 안에 알을 낳아요. 그러면 알에서 깬 새끼들이 소똥을 먹고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지요.



먹고 남은 똥은 훌륭한 영양분으로 사용돼요

우리가 먹고 남은 똥은 그냥 찌꺼기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나면 온통 쓰레기뿐이지만 우리가 먹고 남은 똥은 식물이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영양분으로 활용돼요. 식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그네슘이나 칼슘과 같은 성분이 필요한데 우리가 먹이활동을 하고 남은 똥에는 이런 성분들이 많이 들어 있거든요. 화학비료보다 훨씬 풍부한 영양분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는 영양분이 많은 흙을 만들어서 초지 생태계가 풍성해지는데 도움을 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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