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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권일 Sep 14. 2022

산양

산양 ⓒLim kwonil


•분류: 포유동물강, 우제목, 소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주요특징: 몸길이 80~130cm가량으로 해발고도가 높은 깊은 숲 속, 절벽 등에서 살아간다.

•천연기념물 제217호     


우리는 염소가 아니에요

시골에 가면 논이나 밭 주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염소들을 볼 수 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기르는 가축들이죠. 녀석들이 처음부터 가축이었던 것은 아니에요. 아주 오래전에는 자유롭게 들판을 뛰어다녔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손에 길들여져 야생성을 잃어버렸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해도 멀리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아요. 


산양 ⓒLim kwonil

하지만 염소를 닮은 동물 중에는 강한 야생성을 가진 동물도 있어요. 바로 산양이라고 불리는 우리들이 그 주인공이지요. 우리는 얼핏 보면 염소로 착각할 만큼 녀석들과 비슷하게 생겼어요. 하지만 생김새만 비슷할 뿐 염소와는 다른 점이 많지요. 


가장 큰 차이는 염소와 달리 강한 야생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사람들 손에 자라는 염소와 달리 깊은 숲 속에서만 살아가요. 그래서 실제로 우리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를 볼 수 없는 더 큰 이유는 멸종위기에 처해 이 땅에 남아 있는 개체 수가 워낙 적기 때문이에요. 


설악산 비선대 절벽에 서 있는 산양(사진=국립공원 종복원기술원)


절벽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려요

우리는 한 곳에 터전을 잡으면 거의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살아가요. 심지어 똥을 누는 장소도 한 곳에 정해 둘 만큼 익숙한 장소를 좋아하죠. 우리가 사는 곳은 해발 600m가 넘는 높은 산이예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고 또 천적의 접근이 쉽지 않은 높다란 암벽이 우리들의 보금자리죠. 


다른 동물들은 쉽게 접근하지도 못하는 이곳을 우리는 자유자재로 오르내릴 수 있어요. 발굽 끝이 뾰족한 데다가 땅 표면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에 경사진 곳에서도 쉽게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 주죠. 또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짧아서 높이 솟은 바위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다닐 수 있어요. 이처럼 우리는 산악 지형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동물이에요. 


왕피천 일대 산양 서식지 ⓒLim kwonil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려요

우리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0만 년 전이에요. 한반도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것이죠. 20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동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 왔어요. 


겨울철 산양의 모습 ⓒLim kwonil


하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는 맨 처음 지구상에 나타났을 때 모습을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러요. 육지가 바다가 되고 산봉우리가 섬이 되는 극심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태초의 모습 그대로 살아남은 것은 그만큼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요. 사람들 때문에 불과 4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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