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자갈밭에 나비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대왕나비였다. 이름만 들으면 몸집이 거대한 나비 한 마리가 떠오르겠지만,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다. 여느 나비와 비슷한 크기다. 네발나비과에 속한 종으로, 주로 참나무가 많은 숲에서 만날 수 있다. 흔히 나비는 보통 물이나 꽃, 동물의 사체나 분변에 모여 흡즙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녀석은 이상한 곳에 주둥이를 꽂고 있었다. 바로 자갈밭 틈에 주둥이를 꽂은 후 무언가를 빨아마시고 있었다.
나비의 먹이를 떠올리면 대부분 꽃에서 나오는 꿀이 생각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비는 꽃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영양소를 흡수한다.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이나 잘 익은 열매의 과즙, 그리고 동물이 똥이나 사체에서도 영양분을 보충한다. 때로는 사람의 피부에 내려앉아 땀 속의 염분을 빨아먹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mud-puddling이라고 하는데, 꿀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미네랄이나 염분 등을 보충할 수 있다.
사람들 눈에는 그저 메마른 돌과 흙뿐이지만 거기에는 미세한 수분이나 미네랄 등이 존재한다. 나비의 주둥이는 척박한 환경에서 수분이나 미네랄을 감지하고 흡수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나비의 주둥이는 평소에는 태엽처럼 감겨 있다가 먹이를 빨 때 쭉 펼쳐져 나온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빨대 두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다. 이 가느다란 관을 자갈 틈 사이로 넣어, 사람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감지할 수 없는 무언가를 빨아올린다.
자갈밭에 주둥이를 꽂고 먹이활동을 하는 대왕나비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았다. 이 모습만 보면 그저 나비 한 마리가 길바닥에 앉아 있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녀석은 번식을 위해 필요한 영양분을 한 방울씩 빨아올리고 있다. 녀석의 아름다운 날개 뒤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런 시간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