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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미성 Jul 20. 2016

일상적 공포의 시대

니스 테러 추모 현장에서 

테러가 있었던 니스의 바다 옆 산책길, 라 프롬나드 데 장글레 ( La promenade des anglais). 

사고 후 처음 개방된 거리는 북적거렸지만 사람들은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옆으로 펼쳐진 지중해의 파도 소리만 그 사이로 철썩거렸다. 



거리는 여전히 군데군데 피로 물들어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떠나갔을 희생자의 마지막 자취를 사람들은 망연자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위로 하나, 둘 꽃들이 쌓여갔다.  


누군가는 살아있어 미안하다 했고, 누군가는 정부를 향한 증오를 쏟아냈으며, 누군가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났다. 우리는 목이 메어 먼 곳을 보며 이야기했다. 


소방관, 경찰, 의사, 간호사와 같은 구조요원 중 한 명일 누군가는 그  밤, 그들을 모두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분노의 마음을 어쩌지 못해, 이런 긴 글을 국기에 적어놓았다. 


구조가 필요했던 그 밤, 고통과 분노가 뒤섞이고, 누군가의 눈은 절망으로 가득 찼으며, 텅 빈 테라스에 여전히 김이 나는 음식들이 있던 그 밤, 피 냄새가 그 위로 퍼져가고, 생명이 꺼져가던...  그 밤의 모든 공포를 설명할 말은 충분치 않으나... 
그래도 만약 내일 이와 같은 구조요청이 다시 울린다면, 그때 우리는 지금과 같은 분노로 일어설 것입니다.
당신들의 불꽃이 영원히 꺼지지 않도록, 구조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용기를 내겠습니다.  




여전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의 가족들은 도시 곳곳에 사진이 붙은 전단지를 붙여놓았다.    

누군가는 아들을 잃어버린 이웃 부부의 밤새 이어지는 울음소리로 건물 전체가 잠 못 이루며 며칠을 보냈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그날 이후로 집 밖에 나서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에서 극단의 두려움과 아픔을 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라 불리며 오랫동안 도시의 자랑이었던 이 거리를 이젠 누구도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걷지 못할 것이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여름밤을 들뜨게 하던 불꽃놀이, 축제는 그렇게 끝났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했던 혐오와 공포의 사회는 이렇게 본격화되는가. 


 이 시대를 사는 것이 형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커트 보네거트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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