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는 자리 #2

꽃이 지는 자리

by Maya

당분간 지낼 요량으로 타운에 작고 허름한 집을 구했다. 고양이 뿌요와 진저랑 살 것이다.

“혼자서도 잘 해 낼 수 있어” 하고 꼿꼿이 걸어 나왔지만 사실 내 다리는 후들거린다.

지난 10년 이상 누군가와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내 두발로 서야 한다. 두렵다.

그리고 혼자 때우는 끼니는 내 존재를 시리게 한다.

과연, 과연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그와 나는 제법 성숙하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했고 당분간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당분간’이라 했지만 나는 우리가 두 갈래 길에서 그는 저쪽 나는 이쪽을 가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두 갈래 길은 어딘가에서 다시 만날 수도, 영원히 평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도 나도 각자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다.

쉽게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은 아니었지만 둘 모두를 위해서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프고 흐르는 눈물을 거두기가 힘들다. 그도 그럴까…….


‘멍’ 하게 그냥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내 안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하던 그 잘난 나는 어디로 가고 나는 이렇게 ‘멍’만 때리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 싸구려 눈물은 누구의 것인가.


그러면서 연말은 다가오고 에콰도리안처럼 새해를 맞이하자는 한 친구의 제안으로 몇몇의 친구들은 타운에 모였다. 나를 포함한 친구들 모두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해이다. 우리 모두에게 연말 에피지(effigy)가 필요하다. 타운은 사람들로 꽉 찼고 여기저기에 설치된 커다란 스피커들은 팡팡 거리며 음악을 토해낸다.

사람들은 춤을 추고 나도 춤을 춘다.


이곳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실제 크기의 커다란 사람인형을 만들며 한 해 동안 힘들었던 일, 미움, 등 온갖 감정의 찌꺼기를 인형에 담아 해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불에 태우며 그 불 위를 뛰어 넘는다.
열, 아홉, 여덟…….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함성이 터지며 여기저기에 설치된 사람인형에 불이 붙고 그것은 맹렬히 타기 시작한다.

2013년, 새해이다.
나는 나의 나약함을 불에 던진다.
나는 나의 외로움을 불에 던진다.
나는 나의 두려움을 불에 던진다.
나는 나의 눈물을 불에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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