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는 자리 #3

앙금

by Maya

곧 있을 전시회 준비로 요즘 카페 쿨트라에 자주 가게 된다. 카페 쿨트라는 그와 내가 시작한 레스토랑 겸 아트 갤러리이다. 그는 레스토랑을 담당하고 나는 아트 이벤트와 전시회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난 그곳에서 일을 하며 살았는데 이제 더 이상 내 집, 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마치, 그의 인생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한결같이,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일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 안쓰러움은 곧 내 마음 안에서 그를 향한 미움과 원망으로 변한다. 그의 일만 하는 성향, 요리에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은 그의 관심사 될 수 없는 그것이 미웠다.


요리사로서 그는 그의 음식을 먹어주는 모든 사람들을 아끼고 음식에 관련된 것이라면 그들의 어떤 요청도 싫다는 기색 없이 배려한다. 그러나 나를, 또 우리가 공유하는 시간을 배려함에 인색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결별의 가장 큰 원인이라 믿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그의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볼 때마다 치솟아 오르는 것이다. 나는 이런 감정이 내 안에 남아 있는 걸 원치 않는다. 무겁다.
그 또한 나를 보면 ‘욱’ 하는 것이 치밀어 오를까? 아마 그에게도 그런 것이 있겠지……. 그와 나는 과연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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