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이 아니고 만두야

나는 만두를 좋아한다.

by Maya

얼마 전 꿈에 한국 고창에 있는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세 번째 동생이 나를 반갑고 기분 좋게 맞아주었다.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 아버지가 아니었고 어머니는 지금의 어머니 모습이었다. 부엌에는 가마솥이 걸려있고 부뚜막 위에 큰 양푼 가득 밀가루 반죽이 부풀고 있었다.


"엄마, 찐빵 만들 거야?"

"아니! 만두 만들 거야. 우리 왕 김치만두 만들어 먹을까?"

"좋아, 좋아"


아침 햇살이 창문 가득 들어오고 꿈에서 깨어났다. 아직도 내 얼굴에 웃음이 맺혀있음을 느낀다. 며칠째 가라앉는 마음을 지켜보는 게 조금은 힘겨웠는데 꿈속 엄마의 만두 덕택에 다시 마음 가득 햇살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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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2018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삶이 재미없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에게 당치도 않게 잔소리를 했다. 잔소리를 하다니...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함이 아니었음에도 내 답답한 마음에 그랬던 것이다. 감히 누구에게... 어머니는 꿈속에서조차 자식에게 만두를 해 먹이며 기운을 돛궈주시는데 내가 뭘 안다고, 어머니에게 이러면 안 되고 저러면 안 된다는 헛소리를 한 것일까. 어설픈 딸의 이런저런 잔소리에도 아랑곳없이 항상 그 자리에서 자식을 아끼시는 어머니. 아, 어머니, 죄송합니다.


한 해가 저무는 이 시점, 나는 닫히는 어떤 인연을 지켜보며 속이 불편했었다.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인연이다. 인연은 계속적으로 열리고 닫히고 또 열린다. 열렸던 인연이 닫히기도 하고 닫혔던 인연이 열리기도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최선을 다할 뿐 열리고 닫히는 것에 연연해 말아야 한다. 어머니의 왕김치만두가 내 본연의 자리를 다시 보게 하였다.


18194904_1781999625388703_2639737531641726289_n.jpg 이제는 모두가 어른이 되어버린 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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