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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Feb 07. 2018

정과 동이 함께 할 때

활력 넘치는 삶이 이루어지고  즐거움을 느낀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즐겁게 할 수 있는 스포츠는 테니스이다. 올해 2019년 나의 의도는 테니스를 많이 치고 활쏘기를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천기가 누설되었는지 캐나다에서 테니스 코치가 이사 왔고 그녀는 동네에 있는(물론 프라이빗이지만) 다 망가져 죽어가는 테니스코트를 되살려 놓았다. 동네에 누구나에게 오픈된 테니스코트가 있으니 배우겠다는 사람, 게임을 즐기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 이제 빌카밤바에도 테니스 그룹이 형성되었다. 좋은 일이다. 나는 요즘 영국인 조지, 볼리비아 여성(동양인과 비슷하게 생겼음) 이네스와 테니스를 친다. 부부인 이 둘에게는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는데 아이들의 인물이 아주 수려하고 귀엽다. 더구나 얼마나 차분하고 인내심이 많은지 엄마 아빠가 거의 두 시간 테니스를 치는 동안 계단에 앉아 소꿉놀이를 하며 논다. 

나와 20년 차이가 나는 이네스와 한 시간 라켓을 휘둘르고 나면 몸 안에 있는 모든 찌꺼기들이 땀으로 빠져나온다. 그 기분은 정말 좋다. 

한 시간 반 뛰고 땀 흘리고 난 후 나와 볼리비아 젊은 여인 이네스

이네스와 내가 이 사진을 찍었을 때 나는 작은 폰카메라를 앞으로 쭈욱 내밀고 이네스가 버튼을 눌렀다. 

아침 연무

오전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안개들의 춤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해가 나왔고 다시 구름은 해를 삼켜버렸다. 그 덕에 책상 앞에 들러붙어 컴퓨터 스크린만 바라봤다. 비가 내리는 날씨 탓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나의 일상은 과히 정적이었다. '정'에 '동'을 가미해야 할 시간이다. 비가 잠시 멈춘 틈을 타 산책 겸 귤을 따러 다녀왔다. 귤밭은 내 집에서 약 칠팔 분 거리에 있다. 주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이 이 동네에 살지 않아 귤나무가 열심히 생산해 낸 귤을 거둬가는 이가 없어 바닥에 나뒹구는 게 태반이다. 그래서 나는 죄책감 없이 귤밭에 가서 귤나무에 감사하며 한 바구니씩 따 온다. 손에 닿을 듯 말 듯하는 알이 큰 귤을 따기 위해 발 뒤꿈치를 들고 버둥이다 비틀비틀 넘어졌다. 귤나무의 웃는 소리가 들린다. "어, 그래? 재밌단 말이지?, 그래 재밌다."며  나도 하하 거린다.

이웃 유디도 귤밭에 왔다. 개와 함께 산책 나왔다 들른 모양이다.
작지만 아주 나이 많은 사과나무에 사과가 딱 한개 열렸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엔  큼직한 귤들이 아직도 주렁주렁하다.

다시 비가 올 모양이다. 귤나무와 땅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서둘러 돌아온다. 내일은 테니스를 치는 날인데 비는 저녁에 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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