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a Jul 25. 2022

데이지가 잠 못 든 사연

일요일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한국식당 '수까와시'는 점심시간 동안 문을 연다. 바쁜 하루가 시작되기 전 주방 스태프와 커피를 마시며 잠시 간단한 얘기를 나눈다. 

데이지는 잠을 잘 못 잤다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어젯밤 그리고 새벽까지 술주정뱅이들 덕에 동네가 아주 시끄러웠단다. 얘기를 들어보니 참 재밌다. 


약 3주 전에 내가 사는 작은 동네 '산페드로 데 빌카밤바'에는 종교적인 행사가 있었다, 버진 마리아 그림이 그려진 플래카드를 들고, 십자가를 들고, 사람 심장 떨어트리는 파이어 크래커를 허공에 뻥뻥 터트리며 사람들은 거리행진을 한다. 그리고 발품을 팔며 거리행진을 한 사람들은 보상이라도 받듯 저녁에 다시  모여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을 춘다. 그런데 이 '놀 판'을 위해 사람들은 참가비를 내는 모양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 마을 주민이 아닌 주변에 있는 마을이나 도시에서 일탈을 위해 모여든다는 것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일탈을 위해 참가비를 냈는데 행사가 있는 즈음 시위하는 사람들로 인해 에콰도르 전역의 길은 마비되었다.  갈 수도 올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제저녁 그 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동네 면사무소에서 스피커를 달고 마이크를 연결했단다. 그렇지 않으면 참가비를 돌려줘야 하는 형편이었다 한다.(^_^)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서는 상상을 못 할 정도로 동네를 전부 날려버릴 기세와 파워를 갖고 있는 막강 파워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는 주변 눈치를 보지 않는다. 한 번 연결되면 '일자무식, 배 째라', 뭐 그런 기세를 유지한다. 


동네 행사는 대게 마을의 공원에서 행해지는데 공원 주변으로는 민가이고 밤에는 잠을 자야 하는 사람들이다. 술에 취해서 떠들어 대는 노래라고 하는 고성방가를  고스란히 귀로 걸러내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행각 해보라. 사실 오늘 아침 내가 출근을 했을 때도 높은 볼륨의 음악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상한 것은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함에도 동네 주민들은 면에 청원을 넣어서 다시는 행해지지 않게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잠 못 잤다고 얘기하고 그걸로 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