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자리 #2

나의 작은 흙집 공사 시작하다

by Maya

벌써 40여 분을 숨 헐떡이며 산을 올랐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뭐 그렇다고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갈 수 없으니 계속 오르는 수밖에.


땅문서를 내 이름으로 바꾸는 작업이 6개월째 끝나지 않고 있다. 땅을 내게 파는 이도 땅을 사는 나도 좌절스러울 뿐이다. 더 이상 타운에서 임대료를 내며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내 말에, “마야, 이 땅은 이미 너의 땅과 다름없어. 그러니 네가 원한다면 집 공사를 시작하지 그래”라고 내게 땅을 파는 이는 말했다.


막상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그 복잡함은 내 머리를 무섭게 압도해 급기야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먹통 머리를 만들고 먹통 머리는 내 마음을 약하게 했다.
“마야, 아무도 네가 할 일을 대신 해주진 않아. 정신 차려!” 어느 날 아침 커피를 마시며 내게 집 짓는 과정을 설명해 주던 친구는 징징거리는 내게 말했다. 물론 그는 내가 걱정이 되어 말했지만 그의 말이 어찌나 아프던지 회초리를 맞은 듯 정신이 확 들었다.

“그래, 그의 말이 맞다. 마음을 다시 잡고 용기를 내자. 한 번에 한 발 앞으로. One step at a time 그렇게.” 그리하여 지난 4월 2일에 나의 작은 흙집 공사는 시작되었다.


아침 9시, 이미 달구어진 태양은 거의 폭력적으로 대지를 달구고 나를 태운다. 거친 숨, 줄줄 흐르는 땀, 마음속의 생각들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시끄럽고 내 걸음은 평소보다 두 배는 느리다. 그 어떤 무엇을 위해 난 이 산을 선택했고 이리 숨이 차게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일까.


오늘은 집을 짓기 시작한 지 3주가 되는 날이다. 아무리 간단한 집을 짓는다 해도 3주 만에 집 한 채를 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초의 계획은 3m x 4m 크기의 방 하나 지으려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4m x 7m 크기의 방과 오픈 주방과 오픈 화장실을 덮는 지붕까지, 정식 집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예산은 초과됐고 공사는 다음 주를 끝으로 일단락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지붕이 완성될 것이고 다음 주 월요일엔 창문과 문을 달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캠핑을 하는 것보단 낫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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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딛는 한 발 한 발에 정성을 들이며 숨쉬기에 정신을 집중하며 산을 오른다.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여느 때 같지 않게 심장이 터질 듯 아파온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계속 걷지"하며 아픈 심장을 달래듯 가슴을 문지르며 다시 걷지만 심장은 그 빡빡한 긴장을 놓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무리를 하자는 거니?” 하며 나의 심장은 잠시 쉬어가자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너에게 꼭 증명해 보이고 말 거야"라는 생각으로 내 영혼과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채 그야말로 ‘증명’을 위해 앞을 향해 달렸던 옛 시절의 기억들이 스친다. 증명해 보이기 위해 강한 척하고, 증명해 보이기 위해 무리해서 술을 마시고, 증명해 보이기 위해 성공을 하겠다고 했었던 때가 있었다. ‘나는 너 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만적인 오기, 오기는 우리의 삶에 간혹 약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그 오기는 우리의 영혼을 아프게 할 뿐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정체 불분명한 ‘남’에게 나를 뺏기고 정복을 당하고 만다는 사실을 지금은 안다.


“그래. 그러자." 걸음을 멈추고 작은 그늘 아래, 마른 소똥과 소똥 사이, 마른 흙 위에 앉는다. 무거운 백팩을 등에서 걷어내니 실낱같지만 젖은 등 그리고 얼굴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이 느껴진다. 온몸의 긴장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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