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나?

길이 열리는 데로, 문이 열리는 데로

by Maya

뉴욕,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어떤 작은 엔틱 가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은 대략 10년 전 즈음이었다. 그 많은 물건들 중에 내 눈이 꽂혔던 작은 불상, 작은 것이었지만 선뜻 담아 들고 가계를 나서기엔 내 주머니가 너무 가벼웠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불상은 쉬이 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두어 주 정도 후 급기야 엔틱 가계를 다시 찾아갔다. 다행스럽게 불상은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그 후, 그렇게 불상은 지난 10여 년간 내 방에서 나와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불상을 그저 내 맘에 드는 불상으로만 보았고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알려는 마음이 없었다. 나는 한 번도 종교인이었던 적이 없었고 맘에 드는 불상 하나 갖고 있다고 불교신자가 되어 절에 다닐 생각도 없다. 앞으로도 그 어떤 다른 종교인이 될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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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달 밝은 밤에 달이 창문 안으로 들어왔다. 방안은 달빛으로 은은하다. 그러니 잠도 안 온다. 뒤치락거리다 플래시를 꺼내 들고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이곳저곳을 비춰봤다. 슬레이트 지붕이 그대로 보이는 벌거벗은 천정, 흙 벽, 그리고 코너의 작은 테이블 위에 앉아 있는 불상. 불상에 플래시가 비치니 부처님의 몸에 칠해진 금칠이 반짝인다. 부처님 손에 있는 작은 약함이 더욱 반짝인다.


"아, 이 불상은 약사여래님이시구나."


4년 전 입산을 하고 산에 작은 보금자리를 꾸민 후 거의 6, 7개월에 걸쳐 참으로 많은 꿈을 꾸었다. 많은 꿈은 개꿈이라 할 수 있었겠지만 그중 어떤 꿈은 '그저 꿈이야' 하기엔 너무 선명하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그런 꿈도 있었다. 꿈에 어느 할머니로부터 약도 받았고 어떤 할아버지로부터 치료도 받았다. 그때 나는 그런 꿈들을 통해서 정신적 안정을 찾기도 했다. 이 약사여래 불상과 나의 영혼 치유 여정에는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이었을까...


이제 스스로 내 존재를 들여다볼 때 더 이상 죽을 듯이 아픈 것도 없고 미칠 듯이 좋은 것도 없는 듯하다. 삶이라는 것에도 편해졌다. 이제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볼 때가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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