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것은 역시 중요하다
며칠 전 인디고 염색 워크숍에서 찍힌 사진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푸석푸석해 보이는 나의 팔에 고정된다. 그도 그런 것이, 오랫동안 테니스코트에 가보질 못했다. 바람 탓이다. 바람 속에서 테니스 치는 것은 재미가 없기도 하지만 몸에 무리를 줄 수 있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년 전 바람 부는 날 테니스 치다 팔꿈치 근육을 삐끗한 이후 아직도 그 삐끗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하간, 그래서 나의 두 팔은 푸실푸실 이스트를 잔뜩 머금은 빵 반죽이 되어가고 있다.
바람이 강하다. 언제나 천상의 부드러운 바람만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당연지사니 그리 불만을 토로할 생각은 없다. 바람소리는 '희웅, 후웅, 휘잉' 하며 꼭 뉴욕 지하철에서 봤던 중국인 아줌마들의 시끄럽고 수다스러운 소리 같다. 왁자지껄 바람의 소리, 내 볼펜 구르는 소리, 우리 집 막내 고양이 산이의 '오도독' 사료 씹어 먹는 소리, 내 다리를 베개 삼아 옆으로 누어 한 팔로 내 다리를 껴앉고 자는 씨엘로의 '쌔근쌔근' 소리, 좋다. 아, 곧 고양이 사료를 사야 하는데......
'길이 없다면 만들며 가야지'는 두말할 여지도 없이 인생살이 나의 방법이다. 내 인생살이, 그렇게 잘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막상 내 밥 숟가락을 위해 푼돈을 버는 일에는 참으로 그렇지 못하다.
산속에 들러붙어 '띵가띵가' 사는 게 아무리 좋아도 그리 할 수만은 없는 일인 듯하다. 이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친구가 타운에서 월세를 내며 그녀의 작업실로 사용했던 작은 공간을 8월 말로 접는다고 한다. 그 공간은 내가 뭔가를 해보기에 적당한 공간이다. 그래서 고민한다. '당장 이번 달 공과금 낼 형편도 안되는데 어떻게 다음 달부터 월세를 낸단말인가' 하면서도 이것저것 팔아 볼 만한 것을 생각한다. 갤러리에 걸리는 작품들을 살 사람들은 없을 테고(물론 그래도 걸어는 놓겠지만)...... 김치, 한국 반찬거리, 사진 스튜디오, etc. 해 볼만한 것은 몇 가지 되는 것 같지만, 또 뭐가 있을까...... 또 그것을 위해 얼마나 빡세게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베짱이처럼 살고자 하는데 정말 베짱이처럼은 살 수 없나 보다. 아, 나의 딜레마여.
어쨌든 친구에게 가계 자리 내가 인수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바람을 타는 것이다.
여전히 안전장치 없이 타는 바람, 이번에는 잘 잡아 떨어지지 말아 보자.
다음 달 월세는 그때 생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