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언어의 온도와 무게

너를 단단히 지켜주는 무언가이기를 바라며

by 윤신

사랑해, 아가.


백 번에 가까운 고백과 그보다 많은 뽀뽀를 한다.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지만 사랑의 시작 단계나 잠깐의 설렘이 아닌 생활에선 오롯한 사랑의 감정만을 가지긴 힘들다. 명치에서 올라오는 짙은 한숨, 때때로 울컥이는 화, 고단한 일과의 반복. 그 모든 것이 뒤얽힌 일상에서 '사랑해'란 말은 뜨거운 여름 공기 속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 혹은 추운 겨울 누군가 꼭 쥐여주는 손난로와 같다. 그래서 난 조금의 과장을 섞어 얘기한다.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이 세상 태어난 지 0.4年 된 아가의 예민함은 사춘기 소녀를 능가한다. 그렇기에 기운, 냄새, 표정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을 알아차리겠지만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진 어른의 전달 방법에 '말'만큼 확실한 건 없다. 심지어 한때 유명한 베스트셀러라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제목은 알법한 「언어의 온도」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내용도 내용이겠지만 제목 자체가 주는 공감과 동의도 커다란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말은 그만치의 온도를 담고 상대방에게 전달되니까. 거기에 따르는 따스한 눈빛과 손길은 덤이다.



'오늘도 사랑해, 찰떡아.'

손끝으로 아가의 미간과 이마를 보드랍게 쓰다듬는다. 졸린 눈과 잠깐의 잠투정은 고른 숨소리로 이어진다. 내가 곁에서 함께 잠들지 않는 이상 아가는 시시로 잠에서 깨는 탓에 거실에서 글을 쓰거나 자수를 하거나 책을 읽다가도 반짝하고 아가의 곁으로 간다. 그리고 다시 아가의 머리칼을 손가락 빗으로 쓸어내리고 조물조물 통통한 무릎을 쥔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마법의 주문을 왼다.



말의 온도와 무게를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면

오늘 아가에게 건넨 언어 총량의 온도는 몇 도일까.

곤히 잠든 아가를 눈으로 쓰다듬으며 가만히 생각해본다.



그 무게와 온도가 네 웃음을 지켜줄 수 있기를,

잠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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