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4
그 어느 카메라도 인간의 눈을 넘어서지 못한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흐르는 빛 물결의 반짝임,
뜨거운 여름밤 아지랑이가 벌이는 한바탕의 춤,
검푸른 새벽 달큰한 숨을 내뱉는 아가의 동그란 곡선의 뺨.
혹, 카메라가 인간의 두 눈을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어느 사진도 부모 눈에 비치는 아이를 그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반짝반짝 작은 별-옹알이로 화음을 넣는 달디단 목소리의 높낮이,
찰방찰방 물장구를 치는데 집중하는 오므린 윗입술
끄응 끙, 미간에 잔뜩 힘을 주며 작게 쥔 두 주먹,
한참을 바라보다 손가락 빗으로 넘긴 보드라운 머리칼의 감각,
화 안 한 웃음과 울음을 질 때의 하이얀 얼굴의 섬세함,
연속적인 순간에 흐르는 공기와 냄새,
그리고 우리의 들숨, 날숨.
평생 일관된 순간의 기억력만 가질 뿐, 어느 카메라도 내 자식의 사랑스러움은 반의반도 담아내지 못한다. 렌즈 너머에 서면 타인의 눈이 된 듯 내가 바라보는 우리 아가를 오롯이 기록하지 못한다.
그 어떤 카메라도
그 어떤 사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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