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저물고 시작하는 시간, 20200115
해가 지고 난 여덟 시 반 언저리.
매일 엇비슷한 시간 아가를 침대에 눕힌다.
보통은 옹앙옹앙 알 수 없는 언어와 심각한 미간으로 하루를 이야기하거나 가만히 쪽쪽이를 물지만 어떤 날은 온갖 몸부림과 울음으로 눕기를 거부한다.
아마도 더 긴 하루를 보내고 싶은 게 아닐까. 더 많이 보고 듣고 쥐고 싶은, 아직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날이 아기에도 있을 테니까. '내일 또 놀자, 아가.' 희망과 기대로 아가를 달래며 바둥이는 몸을 쓸어내리지만 나 역시 그런 날엔 쉬이 잠들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우리의 그런 날도 결국 침대의 품에서 잠으로 닫는다는 것 역시 안다.
어쨌든 그렇게 시간이 정해주던 아가의 취침시간에 요즘 들어 변동이 생겼다. 찰떡이가 졸리면 눈을 비비기 시작한 것이다. 아기가 보내는 작은 신호다. 작고 동그마한 귤 같은 손이 눈 주위로 가 자리를 맴돌면 내 머릿속 파란불이 켜진다.
'아, 이제 슬슬 준비를 할 때야'
여덟 시가 조금 지난 오늘, 그러니까 조금 전.
품에 안겨 눈을 비비는 아가를 보고 코코 sleeping 모드에 돌입했다. 쿠우-쿠우- 백색 소리를 내는 부엉이 아저씨를 켜고 아가를 눕힌 뒤, 조곤히 노래를 부르며 이마를 보드랍게 쓸어 올렸다. 은근한 조명 하나만 켜 둔 상태다. 아가는 내 머리칼과 손가락을 양손으로 꼬옥 쥐고는 눈을 스르르 감았다. 그리고 몇 번씩 슬며시 눈을 떠 나의 유무를 확인하고는 이내 안심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쪽쪽이가 툭, 아가의 입에서 떨어졌다.
다시 물려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가의 다홍빛 입술이 천천히 움직인다.
처음엔 입꼬리,
다음엔 눈과 볼이 활짝,
만개한 꽃처럼 환하게 빛난다.
지그시 아가의 웃음을 바라보는 내 눈은 이내 초승달이 되었다.
이 소중한 생명은 어떻게 나에게 왔을까.
이렇게도 사랑스러운 존재가 또 어디 있을까.
하늘을 나는 꿈이라도 꾸는 걸까(엄마 아빠의 몸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한다), 아가는 다시 한번 물결이 은은히 번지듯 미소 짓는다. 내 손바닥보다도 작은 얼굴이 까만 방을 촛불처럼 밝게 비추는 동안, 시계는 여덟 시 반을 지났다. 이른 아침부터 어두운 지금까지도 햇살昀은 여전히 집 안팎으로 빙글빙글 맴돈다. 그 환한 빛이 마음에 닿는다.
‘감사합니다.’
주어와 목적어 없는 문장을 몇 번이고 곱놓고는 아가의 손을 잡는다.
까무룩, 나도 함께 잠들어야지.
아가의 숨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아야지.
늘 비슷하지만 다른 시간
우리에게는 환한 밤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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