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간단한 엄마 체력 충전 솔루션, 20200206
아기가 잠들고 나서 우리가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이 아닌 나와 찹쌀떡 군의 시간이다.
깨금발로 조심조심.
쉬잇, 조용히.
아가가 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난 키보드를, 그는 조이스틱을 잡는다.
하지만 잠을 줄이는 건 몸의 빚을 늘이는 것, 이라 하던가.
오롯한 우리의 시간이라고는 하나 매번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기에 피곤은 극에 달한다.
피곤은 피로로 몸 구석구석 차곡히 쌓인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피로회복제를 원샷해봐도 혼미한 피곤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아가가 잘 때 함께하는 것.
낮잠이나 쪽잠을 잘 때나 밤잠에 들기 시작했을 때 같이 잠을 청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하고 싶은 일이라 해봐야 고작 짧은 하루의 기록과 보잘것없는 소일거리지만 이 시간은, 이 시간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포기가 안된다. 아윤이 엄마가 아닌 ‘윤신’의 시간, 길어봤자 두 시간인 이 시간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다. 엄지와 검지의 손가락 끝으로 가는 실을 잡듯 아슬하게 하루 중 찰나 같은 여유를 즐기는 셈이다.
사실 이 시간의 우린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고 있는 게 꼭 어른 버전의 아윤이 같다. 요즘 아윤이는 세상 모든 게 재밌고 신기한지 잠에 호락호락당하지 않는다. 졸음에 감기는 눈을 자꾸만 반짝 다시 뜨고 다시 뜨고.
우리가 꼭 그 모양새다.
하고 싶은 일, 놀고 싶은 것을 위해 피곤에 감기는 눈을 반짝 뜨고 다시 반짝 뜨고.
거실에 해가 가득 들어온 오후, 자연 언니가 내가 좋아하는 만두, 땅콩과자, 육개장을 잔뜩 바리바리 사들고 집에 놀러 왔다. 사실 놀러 왔다기보다 날 구제하러 왔다고 90% 생각한다(100%가 아닌 이유는 남의 마음을 장담하진 못하는 이유다). 늘 그렇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언니에게 고충을 얘기했다.
너무 피곤한데 내 시간을 놓지 못하겠다고. 어쩌면 좋으냐고.
언니는 얘기한다.
"그럼 이틀에 한 번꼴로 하나씩 하는 게 어때요? 이틀 중 하루는 일찍 잠들고 다른 날은 하고 싶은 것 하고."
옳거니.
그 생각을 못 했다. 나를 위한 시간은 이틀 중 하루만 하는 거다. 몸도 분명 쉬어야 할 테니. 둘 다 꼭 잡고 포기 못하는 나를 위해 언니는 그렇게 명답을 내렸다.
'둘 다 포기 못한다면 반씩 가지거라.'
한 아기와 두 엄마에 대한 솔로몬의 판결이 떠오른다.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내일 조금 이른 밤잠을 청해보도록 해야겠다. 몸의 빚이라도 조금씩 갚아나가야지.
일단 피로 원금은 아니라도 몸속 가득 쌓인 이자부터 툴툴 털러 아기 곁으로 가야겠다.
자, 어디 한번 눅눅하고 늘어진 몸과 마음을 잠으로 바싹 말려볼까.
(아가가 깨서 잠 빚 청산은 무산되었습니다만 원래 육아가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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