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네가 알아줬으면 하는 것들

29200405

by 윤신




네가 알아줬으면 해.

저리고 감각이 없는 손가락 마디마디, 배 아래에 그어진 빨간 자국, 임신성 갑상선 호르몬 저하증 탓에 매일 먹어야 하는 씬지로이드 0.5mg, 네다섯 시간 낑낑거리며 하는 서툰 칼질과 이유식.

너를 안고 너를 보고 너를 먹이고 너를 씻기고 너를 재우는,
온종일 네가 중심인 내 하루에 대해서.


아니야.
사실은 그런 거 말고.
네가 정말 알아줬으면 하는 건,

한낮과 한밤이 지나는 동안 몇 번이고 스치는 순간들이야.


바나나 1/3을 뚝 떼어 네 꼬막만 한 손에 쥐여주고 남은 바나나를 먹다 문득, 이제 막 아랫니 네 개가 나고 윗니 하나가 날랑말랑한 쌀톨같은 이로 야무지게 바나나를 베어 물며 말갛게 날 바라보는 네 눈과 마주쳤을 때.
다리를 '앙' 물기에 '꺄아아아-'하고 아픈 척했더니 신난 얼굴로 배싯배싯 웃으며 엎드려 다리를 동동동 구르다 다시 '앙' 물고. 몇 번이나 반복된 놀이에 내 회색 바짓 자락이 축축이 젖었을 때.
청진기가 배에 닿을 때부터 온 얼굴이 새빨갛도록 자지러지게 울던, 몇 번의 주사와 약을 먹고 나서야 내 품에 안긴 뜨끈하게 열이 오른 네가 잠시 나와 눈을 맞추곤 그새 힘겨이 빙긋이 웃을 때. 그러다 웃는 네 반달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떨어질 때.
내 투박한 손길과 흔들리는 음정의 자장가에도 긴 속눈썹을 닫고 새근새근 잠이 들 때.
고 앙증맞은 입을 앙다물고 까만 눈을 빛내며 알 수 없는 생각에 골똘히 빠진 너를 바라볼 때.
입을 헤-벌리고 자다가 갑자기 깨서는 주먹을 꼭 쥐고 우는 네게 토닥토닥, 쉬이이, 토닥토닥, 쉬이이. 내 어설픈 달램에도 다시 곤히 잠든 너의 얼굴을 스르르 쓰다듬을 때.
우리가 만들어가는 우리의 찰나들.


그냥, 네가 알아줬으면 해.
너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찾아드는 말랑하고 벅찬 이 몇 조각의 순간들을.
고 작은 몸이 얼마나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지를.
네 존재 자체로 환해지는 수많은 마음들을.


네가 꼭 알아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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