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나 같은 엄마

갑자기 적는 오늘의 기록, 20201122

by 윤신



아무래도 난 상냥한 엄마는 무리다.

책을 읽고 반했던 이슬아 작가의 섹시하고 사랑스러운 엄마 복희 씨처럼 되는 것도 무리고

매 끼니마다 색색의 정성 어린 유아식을 창조해내는 SNS의 엄마들처럼 되는 것도 무리다.

그뿐일까.

나열하지 않았을 뿐 내 앞에 갖다 댈 수 없는 형용은 수두룩하다. 육아는 앵무새처럼 Je ne sais pas(몰라요)로만 일관하던 프랑스어 수업보다 천 배 만 배 지친다. 이 노력과 마음 수양이라면 D를 맞았던 그 수업에서 A+를 맞았을 텐데. 씩씩거리며 저녁밥 시간을 보내다 녹다운이 되어 생각했다.

세상에서 프랑스어 독일어가 제일 어려운 줄 알았더니.

아이를 키우며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중요한 것이 굉장히 많다는 뜻이다)는 '흔들리지 않기'라고 한다. 어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거 아냐? 싶었지만 아윤이가 15개월쯤 되니 이 말의 뜻을 알겠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는 언행과 행동의 일관성은 물론이고 타인의 시선과 타 엄마들의 교육관에도 해당된다. 하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육아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나의 이성과 선택만을 믿기는 두렵다. 당연하다. 엄마란 존재는 조금 아쉬운 결정이나 결과에도 지나친 자책을 하고 마는 사람이다. 또 그 짐을 온전히 더는 것은 아니라도 좀 더 아기를 위해 나은 선택과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선택이나 과정을 닮으려는 것은 흉내 내기에 불과하다.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은 내 선택에 대한 확신도 포함이겠다.

결국 난 나 같은 엄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씁쓸하니 여러 버전의 나 중에서 가장 괜찮은 나를 택하기로 한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얻을 건 얻는다. 오롯한 '우리'에 집중한다.

그러는 사이 엄마인 나도 우리의 풍경도 변할 것이다. 그 길에 무엇보다 사랑이 차있기를, 나 역시 흔들리지 않는 엄마이기를 바란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은 침대에서만 찾을 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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