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엄마의 태양

20200411, 엄마 사랑합니다

by 윤신





엄마의 삼십 대는 너무 어두컴컴한 터널 안이었단다.
그 끝이 보이질 않아서 이제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만큼 울고, 나와 동생을 데리고 동반 자살하려 몇 번이나 마음을 먹으셨단다. 당신 혼자 가시면 덜렁 어린 두 새끼 남을게 눈에 밟혀서 다 같이 죽으려고 몇 번이나 마음을 먹었던, 그런 어머니가 지금은 말하신다.


인생은 한 밤의 첫사랑과 같다고.
너의 인생, 너의 행복, 너의 건강을 찾아서 살라고.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이 '보통'이라는 삶이니 남들 하는 것 다 하며 살라고.


그렇게도 빛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긴 터널의 끝 마침내는 환한 태양이 당신을 비추더라고 하시는 엄마의 말이 어둠이 내린 바다 끝 길게 뻗은 등대의 빛처럼 마음에 닿았다.
'정직하게 열심히만 살면 된다. 그러면 행복이 찾아와. 산증인이 여기에 있잖아.'


나는 이미 그때의 엄마 나이를 훌쩍 넘었다.
그녀가 굳건히 버틴 엄마라는 이름의 배턴도 이어받았다.
설마 나의 것이 되리라 넘겨보지도 않던, 평생 꿈조차 꾸지 못했던 보통의 날들이 매일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지나가고 있다. 생이라는 행성 주위를 도는 무수히 많은 이들의 발자욱을 따라 한 발 한 발, 그와 아가의 손을 잡고 함께 내딛고 있다.


작년 1월 그러니까 임신 9주 차,
아기가 내 불안정하고 작은 자궁에서 자라나고 있다는 걸 엄마에게 알렸을 때 그녀는 말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꿈에 삼신 할매가 나와서 말하대. 니한테 아 줬다꼬. 이제 넘들 사는 거 맨치로 그래 애 낳고 키우고 가족끼리 행복하게 평범하이 살면 되는 거다. 그게 행복이다."

당연한 일이란 듯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나는 안다.
자궁이 병들었던 당신 딸의 건강과 아기를 위해 얼마나 앞산 오르막을 올라 작은 절에 가서 매일같이 기도했을지.
그녀가 갖지 못했던 보통의 삶을 당신의 딸에겐 얼마나 주고 싶었을지.


몇 년 전 살아가는 게 덜컥 겁이 나고
하루하루가 무서웠던 찰나
매일 밤 엄마는 술주정처럼 여태 하지 않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녀의 마음일지 나의 마음일지 모를 것에 인장을 새기듯 말하고 말하고 말했다.
그 말들은 평소엔 내 마음 어딘가 박혀 있다 가끔 툭, 하고 튀어나왔는데 오늘은 창 너머 까만 바다에 그만 불쑥 돋아났다.

'살아 있으면 된다. 살면 살아지는 거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머물 것은 머무는 대로
다가올 것은 다가오는 대로'

오늘도 엄마는 말한다.
"니가 행복하니 나도 행복하다."
누구보다 정직하고 부지런한 엄마의 삶에 빛나는 태양은 사실 나와 동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 사랑하는 당신.
여전히 당신을 환히 비추는 태양이 여기에 있다. 당신이 준 숨을 이어가고 있다.
나의 반만 한 아기 태양을 품에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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