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3, 겨울 앞에서 봄을 기억하다
내가 사는 동네엔 이제 막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희고 붉은 목련도 탐스런 꽃잎을 자랑하며 고요히 향을 품지요.
길을 걷는 사이사이 명자나무도 라일락도 개나리도 산수유도 '안녕' 고개를 빼꼼 내밀고 인사합니다.
나무를 경애하고 꽃을 사랑하는 전 그저 이 계절이 좋습니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연초록의 에메랄드나 단단하고 붉은 루비, 노란 꽃이 담긴 호박 같은 보석을 찾는 기분이 들어요.
환희에 찬 동글한 뒤통수에 속삭입니다.
"아가, 저 노란 개나리 좀 봐. 마주 본 꽃잎을 활짝 핀 게 꼭 우리 아윤이 손바닥 같아."
"이 보라색 꽃은 향이 워낙 강해서 멀리서도 이 존재를 알아챌 수 있단다."
"동글동글 빨간 꽃 모양이 너무 귀엽다. 색 배합이 크리스마스 같아. 봄의 크리스마스네."
종알종알 엄마의 모놀로그는 끝이 없습니다.
머지않은 내일엔 아가가 먼저 그리고 쉬지 않고 종알종알 얘기하겠죠.
요리조리 빛내는 까만 구슬 같은 눈에 비치는 세상은 어떨까 궁금합니다.
따스한 바람이 부는 오늘을 기다려온 건 저뿐만이 아닙니다.
겨우내 찬바람과 얼어붙은 땅에서도 고고히 오늘을 기다려온 꽃과 나무들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봄은 그들의 축제니까요.
고단한 겨울을 견디어낸 그들의 시간입니다.
모쪼록 모두들
건강 또 건강하시고
내일도 꽃망울처럼 두근거리고 설레는 하루이길 바랍니다.
여전히 그렇듯,
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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