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어화둥둥 내 아가

20200514, 사랑을 받고만 있는 줄 알았더니

by 윤신




지난 8월 31일부터 아니, 조금 지나치게 말하자면 내 뱃속에서 X와 Y의 염색체로 수정된 순간부터 아윤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 여겼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래의 주인공이 있다면 나의 딸이 아닐까 하고, 모든 부모가 생각할 생각을 했다. 고양이 발바닥처럼 폭신한 손으로 야무지게 참외고 사과고 잡아 작게 난 앞니로 베어 먹기 시작한 세상 모든 사랑스러움의 결정체.

오늘도 역시 귀염둥이 사랑둥이 어화둥둥 우리 아가에 대한 글이다.



며칠 전 찹쌀떡 군이 목욕이 끝난 딸의 발바닥에 한쪽씩 입 맞추고는 양말을 신기는 모습을 봤다. 아기를 대하는 어느 동작 하나 사랑이 빠진 구석이 없다. 저리도 이쁠까 싶지만 그의 눈빛이 나의 것과 닮아있어 어깨를 으쓱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판타지 같은 말도 가끔은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산 집에서도 아윤이를 향한 사랑 만땅 레이저 눈빛은 마찬가지다. 어른의 1/2 만한 몸을 컴퍼스 중심으로 큰 원이 빙- 둘러져 아가의 몸짓 손짓 심지어 눈짓 하나에 온 가족이 웃는다. 아기가 기는 방향대로 앉는 각도대로 파도처럼 사람이 몰린다.

파도의 한 조각, 고모가 말한다.


"우리 아윤이 살 빠진 거 아니지? 안돼.

아윤이의 1g도 이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돼."


아가를 쌀톨만큼도 '놓치지 않을 거'라는 귀여운 발상이다. 기발한 생각이다. 어디 가서 내 다이어트 실패의 이유로 써먹어야지.

다이어트는 무슨. 난 내 존재가 1g이라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싫어. 난 소중하니까.

그 말을 듣게 될 이의 치켜뜬 눈썹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그만두는 게 좋겠다.



안산 집에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는 실향민이 고향을 그리워하듯 아윤이 앓이를 한다. 실수로 두고 온 수건이나 옷에 배인 아기 냄새를 며칠이고 맡는다. 달큼한 젖비린내와 은은한 비누냄새, 아윤이의 침 냄새가 섞인 100% 면직물이자 아가의 체취가 배어 두 손에 쥐고 맡으면 금방이라도 반달 같은 아가의 눈웃음이 떠오르는, 하지만 이젠 우윳내보다 고이듯 끓인 갖가지 채소와 고기로 만든 이유식 냄새가 더 간간이 묻힌 그것을.



그 모든 냄새의 주인공인 아가는 지난 주말부터 스케줄이 빽빽했다. 세 번의 외식과 두 번의 나들이.

연두색 플라스틱으로 된 제 의자에 앉았다가 아빠 배에 매달렸다가 엄마에게 안겼다가 배가 고파 울다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기저귀를 갈다가 할머니 품에 안겨 활짝 웃다가 할아버지와 윙크 놀이를 하다가 아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도 아가는 매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따라다니며 까르르 웃는다. 낯가림도 없이 가족은 물론이고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에게도 방끗, 하고 잘만 웃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넌 정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구나.

그런데 아니다. 요 며칠 아윤이와 그 주위를 찬찬히 지켜보고 이제와 돌아보니 그 반대라는 생각이 불쑥 든다. 곁에 선 이의 웃음이 마르지 않도록 고 자그마하고 통통한 몸 가득 다정한 사랑이 차 있을지도 몰라, 하고.


아가가 제 몸보다 훨씬 큰, 차마 나 홀로 가질 수도 줄 수도 없는 사랑을 품고 있다는 생각은 전에도 적은 것 같지만 뭐 어떤가 싶다. 이 감정은 이 느낌은 뱉고 뱉어도 모자라다. 터질 듯 몽글하게 자꾸만 피어오르니까.


이 밤, 아윤이는 매일의 습관처럼 이불 위를 탐험하며 단잠을 자고 있다.
나의 작은 그녀는 어떤 꿈을 꿀까. 며칠 동안 본 새로운 일들을 꿈에서 몇 번이고 다시 경험하고 있진 않을까. 자신을 따뜻이 바라보는 눈빛을 몇 번이고 되새기진 않을까. 그러면 또 아윤이는 답할 것이다.

예의 그 환하게 빛나는 함박미소에 애정을 담아,
화알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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