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5
보스랑 보스랑
엄마가 '오늘은 비가 오네-'라고 했어요.
창밖이 온종일 하얘서 구름이 내려왔나 싶었는데 말이죠.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책에서 까만 양은 매일 하얀 구름을 먹고살거든요.
나도 한번 손을 내밀어 구름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투명한 벽이 있어 손이 닿질 않았어요.
엄마가 투명한 벽을 열더니 잠깐 바깥바람이 들어오자마자 '아이 추워.' 하고 닫아버렸거든요.
구름은 다음에 먹어야지, 생각했어요.
하늘이 점점 까만 양처럼 어두워지려는데 엄만 갑자기 허둥지둥 나갈 채비를 해요.
'오늘은 비가 오니까, 부추전이 좋겠다.
아빠 오기 전에 부추 사러 가자.'
부추가 뭘까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엄마가 기분 좋을 때 나는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분명 귤만큼 맛있는 걸 테니까요. 따뜻하고 폭신한 엄마 배에 대롱대롱 매달려 집 문을 나서는데 순간 휘융- 바람이 불더니 뺨에 작은 물방울들이 와 닿아요.
'아이, 우리 아가 차갑겠다. 바람이 불어서 아가 얼굴에 비를 맞았네.'
이게 '비'라는 건가 봐요.
집에서 본 하얀 구름이 엄마가 절구로 쌀알을 갈듯 커다란 물을 갈고 있는 걸까요.
엄청 엄청 엄청 작고 작은 물방울들로요.
그래서 그 물방울로 아빠가 나를 씻겨 주는 것처럼 땅과 나무를 깨끗하게 씻겨주는 가봐요.
비에 닿은 꽃과 잎들이 어제보다 그 어제보다
더 빨갛고 더 하얗고 더 초록이거든요.
아주 작은 물방울로 부드럽게
살살 살살 아이, 예쁘다- 이렇게요.
하-암
나도 부추를 먹어야 하는데, 부추가 어떻게 생겼는지 봐야 하는데,
너무너무 잠이 와요.
흔들흔들 몸이 이쪽으로 저쪽으로 부드럽게 살랑이고 투툭 투툭 빗방울은 떨어지면서 자장가를 불러요.
보스랑 보스랑
보스랑 보스랑
구름도 부추도 다음에 먹어봐야겠어요.
보스랑 보스랑
다시 땅과 나무가 세수할 때 말이죠.
보스랑 보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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