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어느 정도 닮고 비슷한

너로 시작하고 돌아가는 하루

by 윤신



어느 정도 나를 닮은 너와
어느 정도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또 어느 정도 여전한 잠투정을 달래 재우고 나면
내겐 영업을 마감한 작은 가게처럼 소일거리가 남아 있다.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상을 틀고
쌓인 설거지를 하고
대충 어질러진 물건을 되돌려 놓으며
정산하듯 하루를 잠시 되새긴다.



오늘도 역시 아가는 귀여웠지.
언제쯤이면 이 앓이가 나으려나.
밥도 다시 잘 먹으면 좋을 텐데.
부채로 바람을 만드니 좋아했지.
처음으로 두부도 먹어봤네.
그나저나 오늘 새벽엔 안 깨고 푹 자려나.


너로 시작한 하루는
너의 잠으로 인해 끝나는가 싶다가
다시 너로 돌아간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이유엔 아주 많은 것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나일 수 있는데 네가 빼꼼히 끼여있다.
내가 갈 수 있는 곳 역시 아주 많은 곳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 모든 곳에 네가 있다.


나를 비우고 너로 채운다.



소록소록 잠에 든 네 이마를 쓸고
여름의 냄새를 맡으며
다행인 하루에 감사한다.


그리고 기도하며 하루의 문을 닫는다.
내일 역시 오늘과 어느 정도 닮은 하루이기를.
나와
나의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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