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빨래

20200615

by 윤신



먼지가 공중에 떠오른다.
햇빛에 부딪혀 모래알이라도 되는 양 반짝이는 자잘한 조각들이 공기 중에 부유한다.
곰돌이 인형과 함께 세탁기에 들어갔던 손바닥만 한 옷들을 탁탁 털어 개는 사이
아가는 나즈마한 창턱에 기대어 창밖을 어쩌면 나는 모를 세계를 탐험한다.
푸른 달개비꽃색의 하늘을,
어쩌면 그 너머를.


옅은 갈색의 머리칼은 살랑이고 작고 둥근 이마엔 땀이 송글인다.
이내 시원한 바람이 그 이마를 쓸어내린다.
여름이다.
봄은 북향화로 지고
여름은 바람으로 여기에 있다.


겨울은 가장 따듯한 계절 아닐까요. 그 어느 때보다 '아, 참 따뜻하다.'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되잖아요. 거리를 걷다 들어간 공간이나 길가에서 산 고구마나, 타인의 체온까지도 말이죠.



빨래를 개며 듣는 팟캐스트 진행자 목소리 역시 겨울을 닮아 따듯하다.
그의 말대로라면
여름은 가장 시원한 계절이다.
오랜 걸음으로 한껏 상기된 뺨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
타는 갈증을 메워주는 시원한 물,
붉은 꽃처럼 핀 아가의 등에 난 땀띠에 대는 물에 적신 시원한 손수건.


그 시원한 계절,
시원함이 시작하는 시절.
하얀 기저귀 천을 탁탁 털어 한 번 두 번 개고
한 뼘만 한 너의 여름옷은 탁 털어 한 번 개고
점점 작아지는 너의 양말은 동그마니 공을 만든다.
벽돌처럼 하나씩 포개어 옷의 성을 쌓는다.


이 옷엔 몇 번의 빨래가 남았을까.
내년 이맘때도 난 이 옷을 개게 될까.
과연 이 옷을 한 번 더의 여름까지 볼 수 있을까.
옷도 아이의 몸처럼 하루만큼씩 크면 어떨까.
작은 꽃무늬의 옷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쉬며 곰곰이 생각한다.
그럼 평생 친구처럼 평생 옷이 되지 않을까 - 인간의 습성이 그걸 버틴다면.


가만히 혼자만의 공상에 빠진 얼굴 위로 바람이 지난다.
여름이 지난다.
그 사이 하늘 혹은 그 너머에서 돌아온 아가는 나를 보고 형형하게 웃고
하늘은 어느샌가 귤색으로 물든다.
시원한 계절, 여름의 하루가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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