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상 다른 감정에 대해
엄마가 꿈에 서 있었다.
젊은 엄마는 나를 향해 활짝 웃었다. 무슨 이유로 젊은 엄마라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다. 그저 꿈에서도 깨어서도 그녀는 젊음으로 싱그러웠다. 다정하고 오붓한 둘만의 시간이었다. 그녀가 웃었고 나도 웃었고 그녀가 달렸고 나도 달렸다.
어젯밤 친구가 물었다.
엄마를 찾던 네가 아윤이가 찾는 엄마가 되니 어때?
대답이 어려웠다. 안 그래도 복잡한 감정이 잔뜩 들어간 '엄마'라는 단어에 은하수 하나만큼의 오묘함이 덧대어졌다. 나는 다만 전혀 다르다고만 답했다.
엄마에게 엄마- 하고 부를 때, 아윤이에게 엄마가- 하고 얘기할 때, 다른 사람 것인듯한 목소리와 어조.
엄마와 나의 집과 나와 아윤이의 집이 가진
공기의 질감, 냄새의 차이. 무게의 차이.
엄마를 안을 때나 아윤이를 안을 때 살에 닿는 감촉과 힘, 마음에 번지는 색. 그 남은 시간.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과 아윤이를 바라보는 시선.
엄마의 냄새와 아윤이의 냄새나 각자의 둥근 어깨.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의 밀도와 아윤이와의 그것.
엄마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그리움과
아윤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설레임.
그들의 손과 발의 살결과 수분 농도.
그들에게 엉겨 붙는 전혀 다른 종류의
미안함과 후회, 애틋한 잔 감정들.
엄마에게 받은 당연함과 아윤이에게 주는 당연함.
엄마에게서 뺏은 젊음과 아윤이에게 남은 젊음.
엄마가 나를 보는 얼굴과 아윤이가 나를 보는 얼굴.
그 속에 숨겨진 속말.
서로 다른 기억의 퇴적.
엄마에게 내보이지 못한 솔직함과
아윤이에게 바치는 솔직함.
선선하고 선선하지 못한 감정. 꾸미는 감정.
한참을 다시 생각한다. 나만의 답을 찾으려 한다.
엄마를 찾던 내가 아윤이가 찾는 엄마가 되니 어때?
엄마는 내게 어떤 의미야? 아윤이는 내게 어떤 의미야? 그 둘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어?
나는 어떤 엄마야?
엄마를 따라 달리던 나는 그만 꿈에서 깨버렸다. 아윤이의 잠투정 때문이었다.
아직 푸른 새벽도 오지 않은 깜깜한 밤.
다시 그 꿈속으로 들어가려 발버둥 친다.
꿈속에 젊은 엄마를 만나고 싶어. 엄마의 품에 뛰어들고 싶어. 다시 한번 그 시절의 우리로 돌아가고 싶어. 커다랗던 그녀가 보고 싶어.
온 힘을 다해 눈을 질끈 감았지만 젊은 엄마는 영 멀리 달려가고 없었다. 명치께가 뭉근히 아파왔다.
오늘도 엄마는 꿈에 서 있을까.
긴 머리를 위로 묶고 환하게 웃고 있을까.
오늘 밤 아가의 가지런한 속눈썹이 만든 곡선을 보며 나에게 다시 묻는다.
엄마를 찾던 내가 엄마가 되니 어때?
혼자 대답한다.
전혀 달라.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