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세상에 그런 일이

고양이도 아는 외로움을 모른다고?

by 윤신



살면서 평생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대답을 잃었다.
그럴 수가, 그럴 수가. 에이 설마.


정말?
응. 정말. 지금껏 단 한 번도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어.



혹시 그녀가 외로움의 감정을 다른 것과 착각했던 건 아닐까 하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외로움을 모르고 어른이 될 수도 있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내 안의 커다란 구멍은 도대체 뭐였던 거지. 타인과 상관없이 때때로 내 안을 할퀴어대다 침잠하던 그것은 뭐였던 거지.
놀란 마음에 집으로 돌아와 그에게 말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고, 있으면 유일무이할 거라는 대답을 내심 바랐다.


저기 있지, 그 아이는 살면서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대.
응, 그래? 하긴 그러고 보니 나도 없어.


응? 이게 아닌데. 내가 생각하던 반응은 이게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외로움은 사람의 곁에 붙은 그림자 같은 거라고, 눈에 보이지도 않고 가끔은 잊고 살기도 하지만 절대 떨어질 리 없는 여섯 번째 발가락 같은 거라고, 나는 이제 그만 인정해야 할 친구라고까지 생각한 참인데 그 친구를 모른다고? 자란 손톱 끝만큼도 알 수 없는 마음으로 그의 연애와 과거를 되짚어 물어본다.
아끼던 사람과 헤어질 땐 어떤 감정이었어? 그리고 나선? 정말로 지금껏 한 번도?


하지만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걸 느낀 건 그의 표정에서다.
되려 의아해하는 눈빛에 수수한 웃음을 짓는 얼굴.
아, 이 사람은 정말 몰랐던 거야. 그렇담 내 동생은 어떨까? 아마 동생은 외로움을 알 것도 같은데.(여기서 다시 한번 놀란다. 외로움을 알 것도 같다니. 세상에 그럴 수가) 혹시 누구는? 또 누구는? 길게 뻗은 생각은 어쩌면 외로움은 어린 시절의 결핍에서 나오는 걸까에 다다르다 멈춘다. 외로움도 가난처럼 집에서 피어나고 대물림될 수 있다는 건 너무 슬프다. 그냥 사람의 기질이겠지. 더 마음 편한 이유를 찾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못난 어미의 갈비뼈 안 어느 구석에선 그렇담 아윤이도 외로움을 모르고 자랐으면 좋겠다고, 저런 무구한 눈빛으로 '외로움?'하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어도 좋겠다고 몰래 바랐다.


살아가면서 놀라는 일이 줄어드는 건 조금 서글픈 일이라고 여겼는데 오늘은 외로움을 모른 가슴들에 놀란 내 가슴이 헛헛하다.
살면서 외로움을 모르던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바로 곁에도 있다니.
세상에 그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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