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기와 나

엄마를 만드는 몇 가지 레시피 재료

20200707, 설탕 소금 두 스푼 후추 톡톡

by 윤신

백만 번의 얕고 깊은 한숨과
부끄러워 숨겨둔 울화 섞인 울음,
또 그 둘을 합친 수만큼 환희와 웃음,
한시도 놓을 수 없는 불안과
불안을 무색하게 만드는 야무진 한 걸음,
생명(특히 어린)을 향한 너그러워진 시선,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자격증 없는 자격에 대한 의심,
또다시 그 둘을 합친 만큼의 생명에 대한 확신,
망각의 축복,
나른하고 평온한 어느

오후의 낮잠과
치열하게 밥알 튀기는 전쟁 같은 식사시간,
투명한 각막 위 더 투명한 콩깍지,
세상 모든 사물과 도구가 위험해 보이는 필터,
모르는 타인에게 입버릇이 된 '죄송합니다',
될 대로 되겠지, 넋 놓고 정신도 놓는 탈진 상태,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집안의 세계,
어느새 훌쩍 자란 모습에 싸르르 찡한 가슴,
하루 통산 몇백 번의 뽀뽀와 간헐적인 궁디팡팡,
관절통, 요통, 혹은 치골통,
아기의 까만 눈에 비치는 커다란 존재,
새벽부터 시작하는 기나긴 하루로 인한
올빼미 생활 강제 청산,
가물가물 깜박깜박 기억력,
별일 없이 미안한 마음,
어린 피에 당해 내는 오직 30분간의 체력,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의 대축제,
홍수처럼 쏟아지는 '사랑한다'는 말,
따뜻한 온기의 보드라운 포옹,
작은 들꽃에서 장난감 사용법까지 하나하나 알려주는 세상 큐레이터,
화냄과 미안함의 애매한 공존,
서툰 자장가 한 소절의 무한 반복,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생활의 반복과
지쳐도 헤어 나오거나 유보할 수 없는 육아의 무게,

그리고 그리고
어른이 된 아이에게 다가가는 하루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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