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기록
무엇도 짚지 않은 상태에서 10초가량 서 있는다. 고 작은 발바닥에 힘을 주고 기우뚱거리면서도 두 발을 바닥에 딛고 제자리에 서서 나를 응망한다.
또 이렇게 훌쩍 자랐구나.
금방 아장거리며 걷다 고양이를 쫓고 계절마다의 꽃을 보려나.
우리 아가,
내게 너무 소중한 아가는.
처음으로 연달아 네 시간 낮잠을 잤다. 신생아 시기에도 이토록 잠에 빠진 적은 없었다. 의도치 않게 엄마에게 휴식과 틈을 선물했다. 잠깐 잠에 들었다가 횡재한 마음으로 읽다 남은 책을 완독하고 한참 잠에 든 아윤이를 오래 바라봤다.
사랑스러운, 장한, 달콤한, 충만한, 기특한, 귀여운, 앙증맞은, 평온한, 예쁜, 폭신한, 당당한….
내가 가진 그 어떤 어휘나 표현으로 마음을 쏟아낼 수가 없다.
가만히 단잠을 지켜주는 일밖에 난 알지 못한다.
아가,
사랑하는 나의 아가의.
생떼가 늘듯 짜증도 늘었다. 입 언어를 하지 못하는 대신 몸 언어가 부쩍 생겼다.
왜일까.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표현하는 게 더 잘 보인다.
입을 앙 다문 채로 두 주먹을 꼭 쥐고 휙휙 휘저으며 싫다는 표시를 내는 게 참 우습고 귀엽다.
그것도 씩씩거리면서. 그렇게 온 힘으로 팡팡 제 아빠를 때릴 때 난 옆에서 응원한다.
오구오구 잘한다. 더 세게, 더 세게. 이기는 편 내편. 지는 편도 내편.
매일 다른 오늘의 너를 살며시 안는다.
내일은 내일의 너에게 뽀뽀해야지.
하루만큼 피어나듯 움트는 나의 아이,
아윤이의 하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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